단도직입적으로 묻고 평이한 선택지 제시

수능 한국사 필수지정은 ‘시험’보다 ‘교육’에 방점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한국사는 2004학년도를 마지막으로 수능 필수지정 과목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사회적 책무를 의식한 서울대가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하면서, 수능 등급 하락을 염려한 중하위권 학생들의 한국사 기피 현상을 부른 점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2~3학년이 되면 아예 한국사를 가르치지 않는 등 부작용은 날로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2017학년도 수능부터 다시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했다. 다행히 모두가 필수로 봐야하는 대신 문제는 쉽게 출제된다. 한국사, 얼마나 어떻게 쉽게 낸다는 것일까. 예시문제로 분석해보자.

10일 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12개 예시문항 중 2번째 문항은 기존 문제와의 난도 차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문항은 조선 후기의 제도 개편에서 나타나는 주요 용어인 대동법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간단하게 묻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올바른 설명을 고르는 식이다.

▲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 예시문항

반면, 기존 대동법 관련 문항(2007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국사 8번)은 우선 복잡한 다이어그램을 제시한다. 수험생은 해당 다이어그램이 대동법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대동법임을 파악했다 하더라고, 선택지가 까다로워 대동법의 실시 목적과 결과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만 풀 수 있는 구조였다.

▲ 2007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국사 8번 문항

신석기 시대에 관한 5번째 예시문항도 쉬워진 난이도를 실감할 수 있다. 예시문항은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갈판과 갈돌 △빗살무늬토기를 사진으로 제시한다. 수험생들은 선택지에서 신석기 시대에 관한 일반적인 서술을 고르면 된다. 한 문항에서는 한 시대에 관해서만 묻는다는 출제 원칙을 잘 보여준다.

▲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 예시문항

반면, 기존 문항(2013학년도 수능 국사 1번)은 청동기와 신석기 시대의 토기 사진을 모두 제시한다. 수험생들은 각 토기가 상징하는 시대를 구분해서 명확히 알아야 한다. 선택지도 까다로워 정답을 고르기 위해서는 각 시대에 관한 사회 문화와 경제, 풍습, 정치제도 등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어야 풀수 있다.

▲ 2013학년도 수능 국사 1번 문항(이상 출처=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학습안내')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에 대해 진학사 김희동 소장은 “고교생들이 일정한 지식 수준만 습득하면 한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 보다는 문항을 단순화 시킨 것이 눈에 띈다”며 “한국사 필수 지정은 시험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수험생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공부하도록 하는 의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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