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철학은 ‘나비효과’ 작은 꿈과 연구, 세상 바꾸는 기적으로

교수는 독창적 연구, 학생은 인성 기반 교육이 광운의 특성화
모교와 국가에 감사 … 취임식 생략하고 보수도 안받기로 해
구조조정 본령은 최상의 교육 · 연구, 구성원의 자긍심이 바탕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광운대맨’이 총장이 됐다. 천장호 광운대 총장은 1968년 광운대에 수석으로 입학해 1975년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1979년 전자공학과 전임강사로 부임해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연구처장과 도서관장, 대학원장, 부총장 등 다양한 보직을 역임했다. 지난해 광운대 총장직무대행을 맡았던 그는 지난 1월 마침내 광운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천 총장은 환경·에너지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니상(Eni Awards) 최종 후보로 2011년과 201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던 국내 대표적인 과학자 중 한명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가에 몰아닥치는 격랑은 그에게 과학자로서의 재능보다 총장으로서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총장으로서 그가 처음 맞닥드린 고비는 특성화사업이다. IT의 강자로 우뚝 선 광운대지만 정원감축과 연계된 교육부의 대학특성화사업은 천 총장에게 지난한 대학구조조정의 길을 강요하고 있다. 정계는 대학입학금을 국민 생활비부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폐지를 공약하는 등 ‘외풍’도 불고 있다. 광운대는 이 격랑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지난 9일 광운대서 천 총장을 만났다.

-근본적인 발전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시기에 취임했다.
“교육부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정원감축을 하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입학전형을 획일화시켜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인재를 선발해 양성하는 길이 사실상 봉쇄됐다. 그런 부분들은 시정돼야 한다. 광운대는 4년간 모집한 학생을 교육시키는 철학을 ‘나비효과’로 정했다. 하나의 작은 꿈과 연구가 시간이 흐르고 장소가 바뀌면서 세상을 바꾸는 기적이 된다는 자부심,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상상력을 키워 도전정신을 함양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공계를 바탕으로 한 취업률이 버팀목이 되고 있겠다.
“지표로 보면 서울지역 취업률 7위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상위권에 속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표기업에 연평균 200여명 씩 취업하고 있다. 그보다 명성이 덜한 업체에는 좋은 조건으로도 잘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 학생들이 중견기업에까지 눈을 돌리면 3위까지 도약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구조조정의 파고가 커져 대학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대학들이 발전전략보다 생존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교육부가 정책에 조급증을 내고 있다. 특히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지역대학과 수도권대학,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등 특성에 따라 다른 이해관계와 정치적 논리에 평가지표와 근거가 흔들린다. 구조조정의 본령은 최상의 교육과 연구, 그리고 학생의 모교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구성원 각자의 꿈과 자부심이 대학의 비전과 국제경쟁력으로 실현되는 정책을 개발하고 그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글로벌에 이어 글로컬(Glocal)이 트렌드다. 전략은.
“대학과 지역사회는 유기적 관계다. 광운대는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노원구와 학관협력을 맺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대학문화 공유 등을 모색하고 있다. 청소년 수련관 운영 등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한다. 이제 광운대는 글로벌이나 글로컬을 넘어 ‘국내 유일, 세계 유수 대학’을 모토로 하고 있다. 규모면에서 광운대는 서울대를 이기기 어렵지만 광운대 학생은 서울대 학생을 이길 수 있다. 광운대의 IT강점을 기반으로 교수들이 독창적인 연구를 하고, 학생들도 무감독시험 등 인성에 기반한 교육을 공인 받는다면 국내 유일의 대학이자 세계 유수의 대학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것이 광운대의 특성화이자 발전트렌드다.”

-무감독시험이 가능하겠나.
“현실적인 방법은 시험문제를 공들여 내는 것이다. 학생들이 치팅페이퍼를 준비해도 도움이 안되고, 스스로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시험문제를 내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맞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감독시험이지만 교육적 차원에서는 정직서약을 받는 것에서 그칠 수도 있다. 무감독시험을 시행해도 한 차례의 부정이 발생하면 공든 탑이 무너진다. 본인의 이름을 날인하는 행위의 무거움을 가슴 속에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정직서약을 어기면 스스로의 초라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입학금 폐지 정책을 내놨다.
“우려스럽다. 입학금은 대학재정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한다. 입학금이 문제가 아니라 입학금을 내고 다닐만큼 교육을 받고 있느냐의 문제다.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온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대학도 학생들을 잘 지도해 교육한다면 낭비되는 돈이 아니다. 입학금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입학금에 합당한 교육을 하는 것이 먼저다. 입학금을 폐지하면 대학재정이 어려워 교육적 효과가 추락할 우려가 있다. 존속시켜야 한다고 본다.”

-광운대 수석 입학, 수석 졸업에 이젠 총장이 됐다. 
“지난 46년은 청장년을 광운대와 동행한 세월이었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있다. 수석입학부터 수석졸업, 정수장학생, 국비유학생 등 모교와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 5분전 강의시작, 100% 영어판서 강의, 모든 시험과 과제물에 정직서약을 실천한 것도 모교라 가능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성과를 인정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모교와 국가에 대한 감사와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총장 취임식을 생략하고 보수도 받지 않기로 했다. 국내 전자공학의 요람인 광운대에 대한 재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동문의 간절한 기대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열정과 비전, 사명감을 갖고 있다. 기대해달라.”

※ 정직서약이란? 천 총장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이 시험지 위에 적힌 ‘나는 양심에 비춰 정직하게 시험을 보겠다’는 문구에 서명하고, 과제물도 ‘부정하게 작성하지 않았다’는 서명을 한 뒤 제출토록 했다. 지난 30년간 이같은 ‘정직서약’을 학생들에게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천장호 광운대 총장은…
1975년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광운대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조교수와 부교수 등 모교 교수로 지내며 △연구처장 △학생처장 △대학원장 △부총장 △총장직무대행을 역임했다. 지난 1월 10일 제9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전기화학 계면에서 수소의 흡착등온식을 추정할 수 있는 위상이동방법 발명에 관한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연속 게재됐다.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국내 대표적인 과학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이재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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