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연건캠퍼스서 5명 첫 공개 소견발표회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서울대 총장선거의 첫 공개 소견발표회가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16일 열렸다. 소견발표회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교직원 정책평가에 앞서 교직원들에게 예비후보자 5명에 대한 정보와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 소견발표 순서는 김명환 전 자연대 학장, 조동성 전 경영대 학장,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장, 강태진 전 공대 학장, 성낙인 법대 교수 순으로 진행됐다. 시간은 후보 당 소견발표 20분, 질의응답 20분이 주어졌다. 시간은 타이머로 철저하게 통제됐다. 소견발표 5분과 1분이 남았을 때 푯말을 들어 발표자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5명의 예비후보자는 법인 서울대의 자율성 확보와 재정확충, 과밀화된 캠퍼스 확장, 사회적 책무성 강화 등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이날 소견발표가 의과대학에서 열린 점을 감안해 대부분의 후보들은 서울대병원의 교육법인화와 연건캠퍼스 기숙사 확충, 간호대학의 관악캠퍼스 이전 등을 약속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명환 전 자연대 학장은 보여주기에 매몰된 서울대의 현실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대학 랭킹을 목표로 제시하고 과도한 노벨상 석학 모시기에 나서는 것은 대표적인 전시성 사업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그는 “그 동안 서울대는 수확량 증산에 급급해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는 일에는 소홀했다”며 “보여주기 식 목표를 지양하는 대신 대학의 펀더멘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험연구를 적극 장려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등 ‘펀더멘탈’을 구축하면 세계적인 석학은 그 토양 위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세계대학 랭킹은 상승했지만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자격증 쌓기에 열중하고, 교수들은 긴 호흡의 연구보다는 승진과 단기평가에 유리한 연구에만 매진하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학부 기초교양교육을 강화하고 교수평가를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조동성 전 경영대 학장은 초지일관 재정확충을 강조했다. 그는 도쿄대와 싱가포르국립대 등 경쟁대학의 세계대학평가 순위와 재정규모를 비교 제시하면서 대학랭킹과 재정규모가 비례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조 전 학장은 “총장이 된다면 재정규모를 현재 1조 3000억원 규모에서 2조 5000억원으로 키우겠다”며 “구체적으로 발전기금 8000억원과 수익사업 5000억원, 국가어젠다 8000억원, 글로벌산학 4000억원을 유치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또한 “재정 확충보다 중요한 것은 가진 것을 뺏기지 않는 것”이라며 “현재 을지로 미군 극동공병단 부지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지만 서울대 자산으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재정확충 능력에 대한 사례로 조 전 학장은 서울대발전기금위원회 초대이사로 540억원의 기금을 유치하고 1만4000여명의 참여 이끌었던 경험을 소개했다.

조 전 학장은 또 “다른 후보자들은 돈을 어떻게 쓰겠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쓰는 것은 권한이고 버는 것는 책임이다. 서울대 총장은 권한보다 책임이 강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타 후보자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장은 서울대는 물론 정부와 국회 등에서 일한 풍부한 경력을 부각시켰다. 그는 “법인 서울대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서울대와 정부, 국회, 언론의 4각 공조가 필요하다”며 “서울대 학장뿐 아니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등 다양한 경력을 갖춘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법인 서울대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법인화 2.0 특별위원회‘ 구성도 약속했다. 그는 연구평가와 교육실행에서 단과대학 자율성을 보장하고 학부 교육에서는 글쓰기와 말하기, 토론 등 기초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입시제도 있어서는 “요즘 서울대에 갈수록 중산층 이상의 학생들이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의 지도자로 성장할 학생들이므로 다양한 집단의 여러 친구들을 사귀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을 약속했다.

강태진 전 자연대 학장은 학부교육을 강화하고 교수승진과 채용에 교육요소를 반영하는 등 ‘교육총장’이 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서울대는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면서 교육에 소홀한 측면이 크다”며 “기초교육과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학부대학을 신설하고 총장 직속 기초교육진흥위원회를 발족시켜 그동안 연구에 비해 소홀했던 교육의 가치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늘의 서울대가 사회에 요구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학생들에게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 ‘퍼블릭 마인드’를 가진 인재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연구 면에서는 세계 10위권 대학 수준의 연구인프라와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는 △국가미래전략연구원 설립을 통한 중립적이며 독립적인 연구지원 시스템 구축 △국내외 글로벌기업 R&D 유치 △세계적인 연구대학들과의 전략적 연계 강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 벨 연구소 등 세계적 연구기관과 연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성낙인 법대 교수는 헌법학자로서의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법인 서울대의 자율성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자치의 이념을 구현하겠다”며 “대학 운영 면에서는 각 단과대학과 대학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분권형 운영체제를 확립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평의원회가 대학의회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잇다는 비판이 있고, 대학 본부가 너무 권위적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며 “평의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소통의 창구로 ‘대학 옴부즈만 제도’를 시행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과밀화 문제 해결의 마지막 대안으로 ‘대운동장 지하 개발’을 제안했다. 그는 “연대와 고대, 이대 등이 시행한 사업을 참고해서 지하공간을 개발해 학생 복지공간과 주차공간 확보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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