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호 김포대학 총장 “리더가 먼저 실천하고 대화하면 대학은 변화한다”

*** 박근혜정부 들어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전문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각 대학을 이끌고 있는 총장들의 리더십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4년제 대학과 비교해 전문대학 총장들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과 조명은 활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탁월한 역량으로 대학 발전을 이끌고 있는 전문대학 총장들을 찾아 그의 리더십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의 핵심기조 중 하나는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이 사례를 대학가에 찾는다면 ‘김포대학’이 아닐까. 2012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총장 직무대행 체제, 교육부의 재단이사 해임과 연이은 임시이사 파견 등 비정상적인 모습에서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벗고 중위권의 수도권 전문대학으로 올라서기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대학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던 2012년 12월 총장으로 취임한 남일호 총장이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선택=남 총장이 유독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솔선수범(率先垂範)’이다. 내가 먼저 행동하면, 조직 전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남 총장이 감사원 감사관, 사무총장, 감사위원을 거친 후 김포대학에 오게 된 이유 또한 이 ‘솔선수범’에 있다.

“감사원의 역할이 비정상적인 기관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감사원을 나온 후 그동안의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정말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원에서 교육관련 일을 많이 한 데다 (상황이) 어려운 대학에 가서 그 학교를 정상화하는 일,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 총장에게 김포대학의 첫 인상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던 대학’으로 비쳤다고 회고했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될 정도로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전임교원 확보율 등 계량화된 지표는 상당히 낮았지만, 재단의 투자 의지나 구성원들의 대학 정상화에 대한 의욕은 그 어느 대학 못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포’대학이라는 교명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면으로 느껴졌다.

“우리 대학은 김포시의 자존심입니다. 실제 시청과 주민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교양과목으로 ‘김포학개론’을 개설해 시의 지원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지역에 대해 가르치고 있고, 앞으로는 시에서 운영하는 아동보육센터를 맡아 운영할 계획입니다. 특히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현재까지 약 46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최고경영자과정(KTEP)입니다. 김포시장, 경찰서장, 세무서장, 해병대 사단장 등 지역 기관장들과 유지들이 모두 이곳 출신입니다. 결속력도 대단해 저희끼리는 해병대 전우회, 고려대 동문회, 호남 향우회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조직이라 부릅니다. ”

■'수요자 중심 대학'으로 변화 위한 노력들=남 총장은 대학 정상화를 위해 가장 먼저 ‘수요자(학생) 중심의 대학’을 선포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재단과 대학본부가 힘을 합쳐 8600㎡ 규모의 ‘학생복지관’을 착공했다. 올해 7월 준공될 예정인 학생복지관은 '학생들의,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남 총장은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복지관에는 의료시설, 취업상담소, 카페, 체력단련실 등 여러 가지 편의시설을 비롯해 세미나실, 동아리방 등 과외활동 공간이 들어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학버스도 대폭 확대했다. 현재 김포대학 재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김포시에 거주하는 학생은 약 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인천, 서울, 경기북부 지역의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학생들을 위해 각 지역별 통학버스를 18대로 늘려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예산집행이나 물품구매 등의 계약 과정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변화시켰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보내주는 등록금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과, 학생들에게 등록금 이상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신을 그대로 투영해나갔다.

수요자 중심의 대학을 위한 노력은 학교 축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남 총장은 “학교에 와서 보니깐 행사 구성을 모두 학교에서 하고 있더라. 학생을 위한 축제인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다. 축제 출연자 섭외, 프로그램 구성 등을 학생대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논의해서 정하도록 했다. 그래야 정말 ‘축제다운 축제’가 가능하다고 봤다. 주인공인 학생이 즐겁고 행복해야 진짜 축제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조직 정상화 2단계 작업으로 ‘합리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우선 25개 학과 중 경쟁력이 없는 하위 2개 학과를 전격 개편했다. 학교 전체적으로 입학정원을 7% 감축하기도 했다. 정부 주도가 구조개혁에 한벌 앞서 대학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한 선택이었다.

“입학자원이 줄고 있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리고 대학 구조조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실입니다. 국가의 교육문제에 대해 대학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억지 구조조정이 아니라 국익과 대학을 동시에 생각하는 구조조정이 돼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단행했다. 남 총장 취임 후 총 40여명의 교직원이 채용됐다. 1년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우선 수업을 받는 학생 입장에서 교수가 가르치는 내용이 필요한지, 강의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교수인지, 학생들의 멘토로서 진로지도를 잘 진행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학과장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습니다. 실제 손발을 맞춰 일할 동료이기 때문에 그 학과의 리더인 학과장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화하는 대학’으로 내분(內紛) 실종= 남 총장은 취임사에서 ‘총장실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구성원들이 총장실을 찾고 그 문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의 조직문화는 수평적 분업형태입니다. 구성원-학과-학부-대학으로 이어지는 구조지요. 어느 기관보다 구성원간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총장인 제가 먼저 변해야합니다. 일례로 지난주에 여학생 세 명이 총장실을 찾아왔습니다. 특별히 할 얘기는 없는데 매번 학교행사 때 먼발치에서만 총장을 보는 게 아쉬워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었다더군요. 용기 있는 행동이 고맙고 대견해 제가 나중에 그 학생들 결혼식에 주례를 서기로 약속했습니다. 누구나 찾아와 얘기할 수 있는 총장, 그런 총장이 되고 싶습니다.”

대학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그러한 그의 의지는 그대로 드러난다.  본인의 독단적인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남 총장의 리더십은 대학 전체의 변화를 불러왔다. 남 총장이 이끄는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귀중하게 여기는 문화가 조직 전체로 퍼져 나갔다.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매사에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남 총장의 리더십은 대학문화 전반에 스며들었고 덕분에 구조조정과 같은 대학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진통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남 총장은 “대학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내분을 겪는 대학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다. 리더가 솔선수범해서 명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순수하게 노력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유일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취업률·충원률 상승, 정부사업 잇딴 선정…이제는 ‘HOPE 2020’= 대학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대학 운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장 먼저 학생 취업률과 충원률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김포대학 취업률은 66.1%로 2012년 54.4%에서 10%p 이상 상승했다. 이는 수도권 전문대학 47개 중 7위 수준이다. 충원률도 82~83%에서 머물던 것이 올해에는 95%까지 상승했다.

특히 학생 취업과정에서도 남 총장의 솔선수범 자세는 빛을 발했다. 취임 이후 적극적인 자세로 백병원, 세브란스병원, 코엑스 인천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 등 40여개 기업과 MOU를 통해 학생취업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또 수자원공사, 김포시 도시개발공사, 산업인력공단 본부와도 협력 관계를 맺어 산·학·관 협력강화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경기도 지역 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 청년취업아카데미 사업 참여기관, 창조적 역량 인재양성사업,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 주관사업자 등에 잇따라 선정됐고 지난해 경기도 창업보육센터 운영평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문대학은 일단 취업을 전제로 들어온 학생들이 많습니다. 확약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에게 취업에 대해 보장하거나, 암시를 줬다면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후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학교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 총장은 지금 김포대학의 미래를 보고 있다. 바로 ‘HOPE(Harmony·Originality·Partnership·Excellence) 2020’이다. 이는 수도권 명문대학을 목표로 하는 김포대학의 비전으로 2020년까지 교육만족도 최상위, 취업률 80% 이상, 대학평가 상위 15% 진입을 의미한다.

“이제 임기 4년에 1년 반이 지나고 2년 반이 남았습니다. 그동안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대학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기틀 위에 올리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떠날 때는 ‘대학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했던 총장’, ‘총장다웠던 총장’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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