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전문가 ‘대형참사’ 극복 방안 제시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여객선 침몰, 건물 붕괴 등 잇따른 대형참사에 따라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안전정책분야 전문가 교수들은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켰으면 대형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초중등 전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미국·일본·유럽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아침,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엔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 등 승객 475명이 타고 있었다. 쿵 소리와 함께 6825톤급 선박은 물 속으로 침몰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까지 2시간, 선원들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더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배가 기우는데 자리를 지키고 앉으라는 잘못된 안내방송이 오히려 화를 더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달여 전인 지난 2월 17일 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일어난 지붕붕괴 사고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째 내린 폭설에 체육관 지붕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지붕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부산외대 학생들을 그대로 덮쳤다.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크게 다쳤다. 리조트 측에서 비용을 절감하려고 강도가 떨어지는 자재로 부실시공을 해놓고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일어난 참사였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발표한 ‘국민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2012년 한 해에만 건물붕괴로 43명이 사망하고 198명이 중상을 입었다. 승강기 사고 역시 사망 12명, 부상 158명의 희생자가 나올 정도다. 위험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셈이다. 특히 같은 해 호우(385억원)와 태풍(1조37억원)으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1조422억원에 달했다.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가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대형참사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단숨에 앗아가는 안전사고가 빈발한 원인을 안전수칙과 대피요령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이 부재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식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과)는 “갑작스런 상황에 맞닥들였을 때 위험을 인식하고 스스로 그 위험을 관리·통제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에 위험에 무감각하거나 우왕좌왕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참변을 당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사고예방의 핵심은 ‘안전교육’이다. 건축물 붕괴, 해양사고, 화재·폭발, 교통사고 등 누구나 일상에서 맞닥들이게 될 위험한 상황에서 개개인이 대처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일본·유럽 선진국에서는 유치원부터 초중등과정에 이르기까지 안전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롤러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와 장갑 등 보호장구를 꼭 착용해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통해 교육한다. 이번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경우에도 해양안전교육을 받은 독일인이나 영국인들은 달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배를 타면 구명조끼와 구명정 등 안전장구의 위치를 먼저 파악하고, 배가 암초에 부딪히는 비상상황을 인지하면 잘못된 안내방송이 나와도 스스로 안전지대를 찾아가도록 교육을 받았다. 이에 비하면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한국인들은 위험상황에 무방비상태로 놓이게 된다.

실제로 안전교육 실시 여부의 차이는 서구와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13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 사망만인율이 0.71‱에 달했다. 2006년 기준으로 영국은 0.06‱, 독일과 일본이 각각 0.21‱, 0.27‱에 불과했다. 업무상사고 사망만인율은 선반에 손이 끼이거나 고층에서 떨어지는 등 근로자들이 업무 중에 사고로 사망하는 비율인데 근로자 1만명 당 사망자를 뜻한다. 2006년과 비교해도 한국은 이들 나라보다 최대 12배 가량 업무 중 사망할 위험이 높은 것이다. 당시 한국은 1.14‱로 지난해보다 사망만인율이 더 높았다.

이는 안전교육을 받은 사람은 위험을 빨리 인지하고 빠져나오려고 하는 반면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채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게 돼 더 크게 다친다는 말이다. 강 교수는 “각종 안전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예견할 수 없다”며 “안전수칙까지 가르치진 못해도 ‘비상시 대피요령’만큼은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드러났듯 현장책임자들조차 안전수칙을 숙지하지 못한 게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승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져야할 선장과 기관사들이 승객보다 먼저 탈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책임 회피 논란이 뜨겁다. 

신창섭 충북대 교수(안전공학과)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함이다. 안전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처방안(대피요령)인데 이때 안전의식의 내면화 즉 위험 인지와 안전, 회피의 과정이 가치관으로 자리잡고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전수칙만 숙지했으면 예방했을 각종 인재에 비해 이상기온에 따른 홍수·태풍·가뭄·지진·해수면 상승 등 자연재해는 더 큰 위협요인이다. 신 교수는 “작은 사고가 나면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어느 정도 되는지 측정해보고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식의 안전교육이 어릴 때부터 이뤄져야 안전사고와 자연재해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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