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학 부재(不在)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
[사설]철학 부재(不在)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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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국민들이 모두 긍지를 가지고 지켜 내려오는 전통 중에 ‘버큰헤이드호를 기억하라는’ 말이있다. 1852년 2월26일 영국 해군 수송선인 ‘버큰헤이드호’가 군인가족 130명을 포함한 630명 군인들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로 항해하던 중 새벽2시 배가 암초에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때 선박 내에는 1대당 60명이 탈 수있는 구조선 3척뿐. 함대 사령관 시드니 세튼대령을 포함한 군인들은 부녀자와 신병 순으로 180명을 대피시키고 구조선이 완전히 구조될 때 까지 전원 일렬로 도열해 있다가 파도에 휩쓸려 침몰한 배와 함께 모두 물속으로 잠기었다. 그날 오후 구조선이 도착해 나무판자등을 잡고 살아남은 병사를 구조했지만 결국 436명의 군인들이 수장된 다음의 일이었다. 당시 목숨을 건진 존 우라이트 대위는 “모든 장병들이 명령대로 움직였고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 명령이라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했지만 장병들의 의연한 태도는 훈련 그 이상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선진국 영국을 지켜낸 힘이고 저력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진도 해상에서 지난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 참사는 사람의 기본 도리를 지켜야 하는 철학부재로 인한 인재(人災)다. 선장과 선원이 어린 학생들을 두고 도망치듯 구명정에 오르고, 돌발 상황에 대한 판단 미숙으로 1시간 동안 탈출시도를 지연시키고, 수학여행 보내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안전교육 한번 시키지 않고, 조난신고를 받고도 늑장 출동하고, 사용료 문제로 크레인이 12시간이나 늦게 출발하고, 2년된 3등 항해사가 배를 운행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매뉴얼과 룰을 지키고, 법을 준수하고, 제 소임과 역할을 다하는 인간기본의 철학을 가르치고 배웠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최근 연이어 터진 개인정보 누출사건, 금융권의 대형비리,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노역사건, 두 계모 자녀 학대사건, 지방고교 기숙사 학생폭행치사사건, 국정원 서류위조사건, 성형의사들의 shadow doctor(의사바꿔치기), 대학비리재단 복귀, 남대문 복원공사 비리사건 등등 이 모든 사건들이 사람들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도덕, 기본적 양심, 도리 등을 져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즉 철학부재로 인해 사회 곳곳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철학(philosophy , 哲學)이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국어대사전). 예로부터 철학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식을 사랑하는 학문으로 모든 학문의 출발이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동서양의 유명한 철학자들은 철학자인 동시에 사회학자, 경제학자, 정치학자,과학자, 수학자 들이었다. 그리이스 시대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가 그랬고 중국의 공자, 맹자, 순자가 그랬다. 지금부터 3000여년전인 BC 551년과 BC469년에 각각 태어난 소크라테스나 공자가, 플라톤(BC 427년출생)이나 맹자(BC372년출생)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회자(膾炙)되는 것은 그들이 주는 메시지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치와 기본을 생각해야 하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철학이 갖는 의미가 있기에 국가에는 국정철학이 있고 기업에는 경영철학이 있다. 회사에는 사훈(社訓)이, 학교에는 교훈(校訓), 가정에도 가훈(家訓)이라는 명목으로 각 구성원들이 지켜야할 덕목인 철학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은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4대 국정지표를 설정, 창조경제를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고 국민행복과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 등을 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이자 세계 유수의 기업인 삼성그룹은 지난 1993년부터 주창한 소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경영철학을 갖고 올해는 마하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목표, 즉 교육철학은 창의인재 양성을 통해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교육부의 교육철학은 오로지 ‘정원감축’ ‘대학구조조정’에 방점을 찍고 대학을 일렬로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

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평가기준에 따라 최근 대학구조조정 1순위학과는 단연 철학과다. 취업률이나 재학생 충원율 등 평가지표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기 때문에 10년전 58개 대학에 설치된 철학과가 2014년 현재 40여개로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철학과가 없는 대학, 철학이 없는 고등교육정책, 철학이 없는 사회, 철학이 없는 나라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도 없고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가 없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철학 되살리기, 도덕 재무장 범국민운동을 벌여야 할 때다. 교육부나 대학도 더 이상 대학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대학 줄 세우기나 하고 철학교육을 게을리 하다가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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