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선심성 공약만 많고 소수자 배려 고민은 없어

첫 장애인 총학생회장 이경환씨, “서울대의 격이 아쉽다” 

▲ 지난해 서울대의 외국인은 3371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총장 예비후보자들의 발전계획서에서는 이들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첫 장애인 총학생회장도 나왔지만 장애인 관련 공약도 없었다.(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25일 정책발표를 앞두고 있는 서울대 총장 예비후보자들의 발전계획서에는 장애인과 외국인 유학생, 청소노동자 등 소수자를 배려하는 공약이 없다. 간선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의 정책이 교직원의 ‘표심’에 애원하는 경향이 짙다. 국내 최고 국립대학으로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학교 발전을 위해 반드시 보듬어야 할 소수자들에 대한 정책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장 예비후보자들이 소신 있는 정책을 개진해볼만한 환경은 충분했다. 총장추천위원회는 법인화 이후 첫 간선제인 이번 선거에서 교직원의 정책평가 반영비율을 40%로 제한했다. 정책평가는 예비후보자 5명 중 최종후보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제한적인 영향력만 행사하게 된다. 결정적인 권한은 총추위가 갖고 후보대상자 선정부터 예비후보자 선발, 최종후보 추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다. 결국 예비후보자들이 구태의연한 교직원 환심 사기 정책 이외에 폭넓은 정책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예비후보자들이 총장추천위원회에 제출한 발전계획서는 A4용지 10쪽 분량으로 후보자에 따라 대분류가 5~10개, 세부공약이 약 50~100개로 구성돼 있다. 일부 후보자는 세부공약 수가 100개를 넘어서기도 한다. 심지어 세부공약을 살펴보면 △동문 결속 강화 △한류의 확산 △통일 대비 △대학가 상권 발전방안 등 서울대 발전과 직접관련성이 희박해 보이는 정책들까지 담겨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떤 예비후보자도 장애인과 외국인유학생 등 소수자에 대한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서울대 내 외국인의 경우 소수라고는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숫자가 급증했다. 2013년판 서울대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외국인 수는 3371명에 이른다. 우선 학사와 석사, 박사 등 학위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은 모두 2098명으로 재학생 전체 2만7967명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교환학생으로 서울대에 온 외국인 숫자도 308명을 헤아리고, 학점 취득 없이 언어교육원의 어학연수과정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는 어학연수생도 719명이나 된다. 교원 중에도 전임과 비전임을 합쳐 외국인 교원은 모두 246명이다. 10년 전인 2003년 70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급증했다.

장애학생 정책은 특히나 상징성이 크다. 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에 재학중인 장애인은 약 70명으로 소수. 하지만 이달 초 총학생회 재선거에서 3급 지체장애인인 이경환(물리천문학부) 씨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 첫 장애인 총학생회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립대인 서울대의 위상을 감안하면 총장 예비후보자들의 장애인 정책과 비전의 부재는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경환 총학생회장은 “서울대가 국립대로서 국학을 강조하는 등 기초학문의 보루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외국인과 장애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정책이 있는 게 서울대의 격과 수준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수자 정책의 부재는 장애학생의 대표성을 띤 단체를 갖고 있지 못한 탓도 있다. 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현재 장애학생 관련 단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총학생회장은 “기본적으로 장애학생들과 본부가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총장님과 차 한 잔 마시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기록으로 남는 공식회의에 참석하는 등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대 장애학생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으로는 휠체어 전용책상과 전문속기사의 부족 등이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 장애학생들은 높낮이가 조절되는 전용책상이 필요하지만 설치돼 있지 않은 강의실이 많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문속기사도 부족해서 보통 20학점을 들으면 1~2개 과목만 지원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자원봉사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3000명이 넘는 외국인들은 주요 사항에 대한 영어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이 총학생회장은 “서울대의 외국인 학생들은 수강신청과 변경, 취소, 계절학기 등 주요 학사일정에 대한 안내와 지원이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한국 학생과 섞이지 못하는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총장 후보자들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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