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연(본지 논설위원/대구사이버대 행동치료학과 교수)

요즘 계속 보도되고 있는 ‘세월호 침몰사고’를 통해 희생자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들은 관계의 단절(부모-자식, 형-동생, 누나-동생 등등)을 경험하고 상실을 체험하며 슬퍼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뿐 아니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전 국민이 정서적 불안을 겪고 있으며 슬픔에 잠겨있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들은 보도내용만으로도 감정이입으로 눈물을 쏟아내며 내 자녀는 안전한지 불안해하고 있다.

심각한 신체손상이나 생명에 위협을 느낄 경험, 즉 사건이나 사고, 전쟁, 재해 등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은 1차 세월호 침몰사고를 직접 겪은 사람뿐 아니라, 2차 간접 경험으로도 올 수도 있다. 또한, 사고와 연관된 사람들과 3차 소식을 접한 가까운 지인들, 심지어 4차 계속된 소식에 노출된 사람들까지 올 수 있다.

행동은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어린 자녀나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서는 좋지 않은 슬픈 소식을 계속 노출되게 듣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녀의 불안 행동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행동은 패턴이다. 일정 내용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뇌가 기억하게 되고, 어느 순간 유사한 자극이 들어오면 짝짓기 된 기억이 나타나게 된다. 즐거운 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를 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배=사고' 연상작용에 의한 불안감으로, 수로(水路)보다는 항로(航路)나 육로(陸路)를 이용하는 행동이 나타나게 되며, 심각한 경우에는 여행을 아예 하려 하지 않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 불안해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따뜻한 내면 행동을 전달해 주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 위로하는 방법도 신중해야 한다. 사고의 원인을 탓하고 비난하는 등의 감정 섞인 말들을 전달하거나, 분노를 표현하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행동은 좋지 않다. 또 슬픈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함께 울어주는 것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말의 위안보다 행동의 위안이 필요하다. 대단한 행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함께 곁에 있어주며 그들이 눈물 흘릴 때 손수건을 건네주고, 목마를 때 물컵을 건네는 식의 지원행동(support behavior)을 해 주는 것이 정서적 안정을 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속적인 안정적 관계를 해 주는 것이 가장 빠르고 건강한 치료 및 예방이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 하고 싶어 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추구하거나, 권력을 잡는 것은 일시적으로 기쁨을 줄지는 몰라도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타인과 함께하려는 마음 즉 관계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며, 관계하려면 내 것을 나누어야만 가능하다. 내 이야기를, 내 시간을, 내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가능하다.

지금은 우리 모두 관계를 하기 위해 나누려는 사랑의 마음이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시간인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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