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성낙인·조동성 교수 자기표절 제보 확보, 타후보도 검증해야

총추위, “제보 없다” … 표절논란 문제 삼지 않는 정황
총학생회, “더 엄격해도 시원찮을 판에 … 이해할 수 없다” 

▲ 성낙인 법대 교수와 조동성 전 경영대 학장에 대한 자기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성 교수의 자기표절 의혹 논문 비교. 위쪽이 2000년 발표한 논문 '인터넷과 헌법상의 과제' 부분, 아래가 2009년 발표한 논문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부분. 같은 색깔 선 안 내용이 서로 같거나 흡사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서울대 총장 예비후보자 5명은 사실상 객관적인 표절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인규 총장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논문 표절과 변조, 위조 등 연구부정행위 검증에 대해 “총추위 검증소위는 기본적으로 후보자들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야 검증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며 “지난 4월 16일까지가 공식적인 제보기간이었지만 표절 관련 제보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제보가 없었기 때문에 따로 표절 의혹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일부 자기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예비후보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일방적인 자료만 검토했을 뿐,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은 사실상 없었다는 소리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 연구윤리팀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연구윤리팀 관계자는 “표절 의혹이 있는 후보자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총추위에서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표절 조사나 자료요구도 의뢰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대 구성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제 56대 총학생회는 총추위가 총장 예비후보자의 각종 표절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고 넘어가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 측은 “서울대 총장이라는 자리는 학교의 대표자로서 학내 다양한 기구를 지휘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연구진실성위원회도 포함된다. 만약 본인이 그런데 있어서 떳떳하지 않다면 과연 연구진실성위원회를이끌 수 있을 것인가 의심을 갖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립대학 법인으로서 서울대는 좋으나 싫으나 대한민국에서 대표성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 총장 후보라면 오히려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표절 의혹이 있긴 하지만 결격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관계자도 “최근 학내 여러 교수들에 대해 언론에서 이중게재와 자기표절 등 연구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조사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따지고 보면 오연천 현 총장부터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영향이 아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부터 각종 연구부정행위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길 기대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추위, 표절검증 “덮고 가자” = 서울대 총추위가 밝힌 후보자 표절 의혹 관련 입장은 ‘문제 될 수준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총추위 검증소위는 언론 등을 통해 일부 표절 의혹이 있는 후보들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한 결과, 모두 총장이 되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표절 의혹에 관해 검증소위가 내린 정확한 결론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표절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황 위원장은 “각 후보자들이 서울대 연구진실위에서 받은 결론을 따랐다”며 “‘표절이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 삼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는 내용들이었다. 정확한 문구는 현재 서류를 갖고 있지 않아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수차례 논문 자기표절 또는 중복게재 의혹이 불거졌던 성낙인 법대 교수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표절 논란은 모두 해결된 사안으로 더 이상 해명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지난번 선거 당시 한 언론에서 논문 자기표절 의혹을 제기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를 받았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진실위의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고, 결국엔 해당 언론사가 정정보도까지 했다. 이번 총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이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빠짐없이 총추위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총추위는 표절 검증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꺼냈다. 학문 분야가 다양하고 심층적이기 때문에 총추위의 제한된 시간과 인력만으로 다양한 전공분야의 수 많은 논문을 전부 조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 관련 제보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는 언론에서도 후보자 표절 의혹에 대해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후보 일부, 자기표절 제보 새롭게 확보 = 그러나 본지는 최근 성낙인 교수와 조동성 전 경영대 학장에 대한 자기표절 의혹 제보를 새롭게 확보했다. 자기표절은 자신의 논문 일부를 새로운 논문에서 출처표시 없이 ‘재탕’하는 것이다. 비록 남의 논문을 훔쳐 쓰는 수준의 표절은 아니지만, 비양심적일 뿐 아니라 학계를 기만하고 저작권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자기표절을 넓은 의미의 표절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성 교수는 문장과 문단이 통째로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성 교수가 지난 2000년 한국법제연구원이 간행한 ‘법제연구’ 18호에 게재한 ‘인터넷과 헌법상의 과제’라는 논문과 이후 2009년 ‘한국언론법학회’가 간행한 ‘언론과 법’ 제8권 제1호에 게재한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라는 논문에는 자기표절한 문장이나 문단이 8곳에서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으로 전개되는 자유와 권리의 중심축은…”으로 시작해 “…사활 침해 및 외설적인 표현물이다”로 끝마치는 문단은 2000년 논문 19~20쪽과 2009년 논문 104~105쪽에서 똑같이 발견된다. 13줄에 걸친 문단 전체와 첨부된 주석까지도 완벽히 같았다.

동일한 내용을 시대상에 맞게 편집해 재활용한 부분도 눈에 띈다. 2000년 논문 20쪽과 2009년 논문 105쪽에서 발견되는 문장은 △‘디지털 시대’를 ‘인터넷 시대’로,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과 방송법 등…”이란 문장을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과 방송법 등…”으로 고쳐 썼다.

제보자는 조 전 학장은의 경우 문장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같은 내용을 표현만 바꿔가며 활용한 전형적인 ‘말바꿔쓰기(paraphrasing)’가 많았다고 밝혔다. 2008년 ‘리서치 인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앤 파이낸스(Research in International Business and Finance’ 지에 발표한 논문과 일년 뒤인 2009년 ‘아시안 비즈니스 앤 매니지먼트(Asian Business & Management)’ 지에 게재한 영문 논문에서 자기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2008년 논문 176쪽 하단과 2009년 논문 85쪽 상단에서 발견되는 문단이 대표적이다. 조 교수는 전자의 ‘Peter's single diamond model’에서 ‘single’을 빼고 ‘Perer's diamond model’로 바꾸거나, ‘variables of the model are’를 단순화해 ‘variables are’로 바꿔쓰는 방식으로 전자의 생각을 가져다 썼다. 전형적인 말바꿔쓰기로 출처표시가 없으므로 자기표절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어 △20008년 논문 177쪽과 2009년 논문 86쪽 일부, △2008년 논문 178쪽 하단과 2009년 논문 87쪽 하단 부분 등에서도 출처표기를 누락한 자기표절이 의심된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조 전 학장의 자기표절 의심 부분에 대해 한 경영분야 연구윤리 전문가는 “2009년 논문에 사용된 ‘Figure 1’의 경우 2008년 논문의 ‘Figure 1’을 원래 형태 그대로 복사한 경우인데, 이 경우는 ‘텍스트표절형 자기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표절에 대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표절의)유형으로서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할 때, 원저자의 저작물에서 가져온 글(단어, 문장, 문단), 표, 그림, 그래프, 사진 등을 적절하게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의 것처럼 그대로 복사(copying)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조 전 학장의 논문은 ‘말바꿔쓰기 표절’과 ‘텍스트 표절’ 방식을 이용해 일부 ‘자기표절’을 한 사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제보 기반한 ‘표적검증’은 한계··전원 검증해야 = 문제는 표절 논란의 표적이 이들 두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 오세정 후보도 과거 자기표절 의혹이 불거진 전력이 있다. 5명의 예비후보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연구부정행위 검증 없이는 이들은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 대학관계자는 “인문계열 교수들의 경우 표절 검증이 좀 더 수월한 측면이 있다. 표절 제보가 인문계열 교수들에게 집중되는 이유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 사태가 증명하듯 자연계열 교수들의 연구부정행위는 표절은 물론 데이터 위·변조가 많아 경우에 따라 더 심각하며 전문가들만 파악할 수 있어 의도적이다. 최소한 예비후보자 5명의 학위 논문이라도 검증해서 최종후보를 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사립대 교수는 표절 논란은 이번에도 현실적인 벽에 봉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교수에게 있어 연구부정행위, 특히 표절은 절대 인정할수도, 해서도 안 되는 치명적인 사안이다. 표절을 인정하는 순간 서울대 총장 후보에 나서지 못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수직(職)과 명예까지 잃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기성 교수사회는 물론 정치인과 정부고위층 등 사회지도층 가운데 표절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도대체 누가 누굴 검증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 성낙인 법대 교수 자기표절 의혹 논문의 비교. 같은 색깔의 박스안 내용이 의심 부분들.
▲ 조동성 전 경영대 학장 자기표절 의심-표지
▲ 조 전 학장 자기표절 의혹-부분1
▲ 조 전 학장 자기표절 의혹-부분2

 

▲ 조 전 학장 자기표절 의혹-부분3(위 두장이 2008년 논문, 아래 두장이 2009년 논문)

 

▲ 조 전 학장 자기표절 의혹-부분4(논문 속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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