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DGIST 융복합대학 기초학부장)

대한민국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무한경쟁시대에 놀랄만한 압축경제 성장으로 5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이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를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도록 이끈 견인차 역할을 한 사실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는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놀라운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 다음에서 제시하는 다섯 가지 혁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학부교육은 전통적 전공교육에서 탈피해 무학과 단일학부 교육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구 온난화와 식량부족 등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은 단언코 한 가지 기술 또는 영역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기초과학 및 기초공학을 탄탄히 교육시켜 과학전반에 대한 통합적 시야를 길러주어야 한다.

둘째, 학부교육 전담교수제가 필요하다. 현재 이공계대학의 교수들은 연구과제 수탁과 우수논문(SCI) 수 중심의 업적평가 시스템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시스템은 부실한 이공계 대학교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의 이공계대학 교육은 이론 뿐 아니라 실험·실습에도 시간강사 위주의 강의에서 벗어나 학부전담교수가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하여야 한다.

셋째, 융복합 전자교재에 기반한 스마트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전자교재는 PDF파일 수준에서 구성되었지만, 국제규격인 Epub 3.0(Electronic Publication)을 만족시켜 토론식 협력수업과 자기주도적 능동학습이 구현되어야 한다. Epub 3.0 기반 전자교재는 입체구조물 또는 단백질구조 등을 3D 동영상으로 구동해 과학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넷째, 이공계대학에도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을 체계화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과거 산업발전 시대에는 이공계대학 교육에서 어느 누구도 학생들에게 리더가 되라고 격려하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DGIST는 이미 셀프리더십, 팀리더십, 글로벌리더십을 갖춘 섬김의 리더로 만들기 위해 학생들을 철저히 교육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의 한탕주의 만연한 벤처창업이 아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난제를 적정기술로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STVP(Stanford Technology Ventures Program)는 이공계 학생에 대한 창업·기업가정신 교육으로 2011년 기준 4만개의 회사를 설립하고 5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연간수입 2.7억불을 달성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교육혁신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적어도 30년 후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도자의 사심 없는 미래교육 발전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혼을 다하는 소수의 실무자(working group)도 필수적이다. 끝으로 새로운 이공계대학 교육 패러다임은 기존의 평가 잣대가 아닌, 지속가능한 평가시스템 위에서만 가능하다. 앞서 제안한 다섯 가지 이공계대학 혁신방안이 이들 세 가지 조건 아래서 수행될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21세기에도 지속적으로 세계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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