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재건 60주년, 우리나라 최초 4년제 대학

‘통일 대박’ 미리 예상 , 통일시대 리더 교육 커리큘럼 개발에 초점
세월호, 기초교육 부재로 일어난 참사, “1학년부터 사고전환 훈련”
학생 가르치려면 교수먼저 변화해야…수업 질 관리 체계 CQI 도입
일관성 없는 정부 지원사업, 지침대로 따르는 대학은 “혼란스러워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통일시대의 비전과 꿈을 파는 대학, 돈 대주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어 보고싶다.” 총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한헌수 숭실대 총장은 강한 자신감과 솔직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숭실대는 1897년 10월 평양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1906년 숭실대의 전신인 숭실 학당이 당시 정부로부터 최초 4년제 대학으로 인가 받은 후 평양에서의 역사 41년을 거쳐 올해로 개교 117년을 맞았다. 한국전쟁이 시작되고 폐교한지 16년 만인 1954년, 서울에 숭실대가 재건됐다. 올해 서울 재건 60주년을 맞는 숭실대는 2017년이면 평양시절까지 합쳐 개교 120주년을 맞는다.

이 대학은 1960년대 후반부터 국내 최초로 컴퓨터 교육을 시작해 우리나라 IT산업과 실용학문, 공학교육의 기초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한 총장은 숭실대를 ‘통일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대학’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총장으로 지낸지 2년차다. 소회는.
“갑갑하다. 가끔은 ‘내가 왜 총장을 했을까’ 싶다. 그래도 총장을 하겠다고 나섰던 이유는 최근 격변하는 대학사회 속에서 10년 후에 숭실대가 더 발전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먼저 역량이 부족한 부분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어 그 부분을 업그레이드 시켜놓고 또 거기서 성과를 내는, 나름대로 3단계 정도의 대학 발전 플랜을 세웠다. 어려운 변화의 시기를 대학 발전의 계기로 전환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으로 총장이 됐지만 역시 기초를 다지는 일은 어렵다고 느낀다.”

-취임 당시 ‘통일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당시 통일시대에 걸 맞는 인재 양성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교육’을 하는 기관이다. 교육기관은 지금 당장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출되는 청년들이 10~20년 후 이 사회 주역이다. ‘이들이 사는 세상은 과연 어떤 사회일까’ 여기서 나온 생각이 ‘통일 시대’다. 10~20년쯤 지나면 한반도 통일이 무르익고 단순히 남북이 합쳐지는 것만이 아닌 다국적·다민족 글로벌 시대가 올 것이라 판단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이질적 요소들이 상충하는 복잡한 환경이라 예상된다. 이에 대비한 교육을 실현하고 통일시대를 이끌 지도자급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의 ‘통일 대박론’을 예상했나.
“통일의 당위성 측면을 본 것이다. 통일은 필연이다. 공학 표현을 빌려서 설명하자면 어떤 것이든지 상태가 언스테이블(unstable)하면 모든 언스테이블한 것은 스테이블(stable)한 상태로 수렴하게 돼있다. 지금까지의 한반도 역사를 보면 통일신라 이후로 이렇게 40년 이상 나라가 갈라져 본적이 없다. 후백제·후고구려·고려 이것도 딱 30년 이었다. 지금 한반도가 갈라져 있다는 것은 이건 언스테이블한 상태다. 공학에서는 언스테이블한 상태가 극한에 다 달아야지 스테이블 상태로 수렴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준비를 하든 하지 않든 통일은 필연적으로 된다고 본다. 지난 3월 28일에는 통일부와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기도 했다.”

-‘통일’관련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나.
“올해 1학기 ‘한반도 평화 통일’이라는 강좌를 교양필수과목으로 만들었다. 전공 선택 과목으로는 ‘북한의 정치와 경제’, 교양선택으로는 ‘북한의 이해’, ‘국가안보와 국제정치’, ‘동북아국제정치’ 등이 있다. 아울러 대학원 석박사과정으로도 ‘북한통일정책’ 등의 과목이 개설돼 있다. 이를 원하는 학부생도 대학원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올해 10월에 완공되는 문경에 위치한 연수원을 ’평화통일 청년지도자 연수원(가칭)‘으로 개원해 ’통일 리더십 캠프‘를 운영할 예정이다. 4박5일간 진행될 이 캠프는 숭실 리더십 인증 필수 프로그램으로 3학점이 부여된다.”

-숭실 리더십 인증제는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통일에 대한 접근성을 만들어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숭실 리더십 인증제’는 거기서 출발한 제도다. 민족통일을 준비하고 견인하며 통일 이후 사회를 선도할 ‘통일시대의 창의적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했다. 네 가지 인증(이너스·동행의 리더·창의의 리더 ·비전의 리더)에서 주어진 학점과 요건을 충족하면 8학기에 최대 100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숭실 리더십 인증‘ 장학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리더십 교육을 강화한 이유는.
“결국 소통하는 방법이 제일 중요하다. 어느 집단에서 자신의 위치를 포지션하는 능력 등이 모두 리더십이고 소통이다. 이를 위해 숭실대는 CQI(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를 도입했다. CQI는 지속적인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관리 체계다. 교수들은 인재상과 핵심역량에 기초해 교무처에서 제시한 공통학습성과와 학과 고유학습성과를 설정한다. 공통학습성과에는 리더십과 관련한 10가지 핵심역량을 포함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각각의 교과목들이 이 성과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를 평가한다. 교수들이 리더십과 관련된 요소를 반드시 강의 내용에 집어넣도록 유도한 것이다.”

- ‘세월호 참사’로 보는 우리 사회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너무 안타깝다. 절대 매뉴얼이 없어서 그런 참사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일상화된 잘못된 습관이 결국 ‘세월호 참사’로 연결된 것이다. 선장과 선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잠깐 조타실을 비우고, 맹골수역 지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깐 딴 생각을 한 것이고, 자기가 당연하게 점검해야할 것과 체크해야할 것을 안 한 것뿐이다. 그러나 결국 이런 사소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이 대참사를 낳았다. 규정은 다 있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해야 할 역할을 지키고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부터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려는 철저한 훈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관련해서 숭실대 교육 방침은 어떠한가.
“이런 대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면 지금 커나가는 우리 학생들의 기본 사고 전환 훈련이 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혁신은 대학교 1·2학년 과정에서 진행돼야 한다. 고등학교의 암기식·일방향 교육 자체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사고 방법을 달리하는 훈련을 해야한다. 어떤 사안이 있으면 문제의식을 갖고 거기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다른 의견들을 교환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교육개발센터에서는 교양 선택 1학점인 ‘토론법 특강’과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을 e러닝으로 개발해 매학기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을 창의성을 갖추고 문제 쟁점을 잘 파악하는 인재로 키우려면 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와 올해 교수들에게 자기 주도 학습 역량을 길러주고,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법, 학생들을 이해하는 교수법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은.
“모든 것들을 계속해서 기획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다. 솔직히 말해서 가만히 내버려둬도 정도를 지키고 정의대로 잘 운영되는 교육기관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다. 이는 사실 퇴로만 열어주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잘못 운영되고 있거나 비전이 없는 사립대학의 사분의 일은 그냥 문을 닫을 것이다. 대학 각자의 사정과 시스템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한 줄로 세우는 평가방식은 안 된다. 교육부의 사업 취지와 방향은 옳다. 그러나 대학 현실에 맞는 방법은 아니다. 또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일관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어떤 사업에 대해 여기저기 아우성치면 그때마다 기준을 바꿔 버리니, 정직하게 사업지침을 따르는 대학들은 정말 혼란스럽다.”

- 어떤 대학을 만들고 싶나.
“돈 대주고 싶은 대학, 꿈 파는 대학이 되고 싶다. ‘숭실대 이 프로젝트에는 내가 돈 좀 드리겠다. 저 비전에는 힘을 모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싶은 대학 말이다.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이 특정 단체보다도 도네이션(donation)을 못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부에 인색한 사회분위기도 문제지만, 사실 그럴만한 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대학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숭실대의 비전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희망이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정리=손현경 기자/사진=한명섭 기자>

■ 한헌수 총장은…
1959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났다.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연세대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숭실대 교수로 부임 돼 정보통신전자공학부장, IT 대학장 등을 지냈다. 대외적으로는 지식경제부 R&D 전문위원,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과제기획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심의위원, 숭실공생복지재단 이사, (재)안익태기념재단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2월 숭실대 제 1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정리=손현경 기자/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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