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세월호 침몰사건이 일어난 지도 3주가 다 되어간다. 이제 아플 만큼 아팠고 가슴이 쓰릴 만큼 쓰렸다. 눈물도 흘릴 만큼 흘렸고 비분강개도 할 만큼 했다. 집단 우울증으로 인한 소비위축에 서민경제도 피폐해졌다.

그런데 정작으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자성과 각오는 사회지도층에서는 어디에도 없다.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후진적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아직도 모두가 남 탓만 하기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과 총리를 제외한 부처 장관 등 정부 고위관료는 물론, 정치권, 대학교수, 총장, 교원단체, 전교조, 소위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할 그 어느 누구도 총대 메고 나서질 않는다. 우리가 잘못했고 앞으로 잘해나가겠다는 집회도, 다짐도, 성명서도 없다. 일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에서 그나마 성명서를 발표했다.

과연 이 상황에서 침묵이 금인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는 사회지도층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무도 안 나선다면 이제 대학이 나서야 할 때다. 세상 모두가 세월호 침몰사건을 보며 철학부재와 교육부재를 논하고 있는 이때 총리 하마평에까지 오르내리는 서울대 총장은, 명문 사학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연세대·고려대 총장은, 우리나라 수재들이 다 모인다는 KAIST·포스텍 총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는 전국의 대학총장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기본도리가 무너지고 사람 사는 철학이 무너져 내렸다는데 원로교수와 석학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줄 세우기를 하더라도, 아무리 정부재정지원 받는 것이 절실하더라도 이제는 대학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원감축, 취업률 제고를 아무리 정부가 강조하고 옥죄어 오더라도 분연히 거기에 맞서야 한다. 설사 정부재정지원을 못 받더라도 사람교육 제대로 시키겠다고, 인문학과 철학과 기초과학을 지키겠다고 주장해야 한다. 개별대학이 힘들다면 집단행동도 불사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4년제 국·공·사립대학이 모두 회원대학으로 있다.  이외에도 154개 사립대 총장 모임인 사립대총장협의회가 있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도 있다. 각 대학마다 교수협의회가 있고 교수 노조가 있다. 지금까지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대학이 제 목소리를 내자며 대교협이 먼저 나서야 한다. 대교협 차원에서 기초교육 소홀에 대한 반성도 하고, 앞으로 교육 잘 시키겠다는 성명서도 발표해야 한다. 더 이상 대교협이 교육부의 2중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200여개 대학총장이 다 함께 모여 교육부도 방문하고 청와대 앞에서 기초교육 강화를 위한 대학구조조정 재검토안을 건의해야 한다. 교육부 대학구조조정정책에 쩔쩔매며 인문학과 철학, 기초과학을 말살시키는 작업도 중단해야 한다. 

사총협도 나서야 한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도 나서야 한다.  모두 한 목소리로 대학을 인간의 기본 도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대학관계자들, 특히 총장들을 만나보면 작금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정상이 아니고, 종국에는 대한민국 고등 교육을 망칠 것이라고 열을 낸다. 그러면서도 정작으로 교육부 지침에 순한 양처럼 따라가기 바쁘다. 정부재정지원사업에 탈락되고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라도 지정되면 무능한 총장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며 상아탑이라는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취업사관학교라는 별칭보다 ‘사람을 만들어서 내보내는 대학’이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아예 취업 등 현실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초교육을 강화하면서도 각 대학 특성에 맞게, 여건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발해 취업 경쟁력을 키울수 있도록 해주면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심판만 보고 대학들이 알아서 뛰게 하면 되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총장은 교육부 지침과 상관없이 올해 2학기부터 교양학부 교육에서 영어회화 등 실무교육을 없애고 모두 인문학, 철학, 기초과학 교육으로 편성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반드시  실현되어 대학교육 부흥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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