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본지 논설위원/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 · 동양미래대학 교수)

올 초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라 관련 법률 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의원, 교육부관계자, 대학관계자 등의 간담회를 거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희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이번에 발의된 법률안은 '법률 제정을 통해 대학의 양적 규모는 축소하되,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제안이유로 밝히고 있다.
 
주요 내용은 대학의 장이 대학발전계획·교육여건·교육과정 및 운영 등에 관한 자체평가를 통해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교육부장관은 대학평가위원회(교육부장관 소속)의 심의를 거쳐 대학을 평가할 수 있으며 그 결과를 대학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장관은 평가결과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학구조개혁심의위원회(교육부장관 소속)의 심의를 거쳐 해당대학에 학생정원감축·조정 및 정부재정지원제한 등의 명령 또는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대학 또는 학교법인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제재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학교법인이 해산하려는 경우 잔여재산 처분 방법, 대학 구조개혁 과정의 면직 또는 조기퇴직 교직원에 대한 조치, 대학 구조개혁과 관련한 대학의 통폐합 및 학교법인의 합병 또는 해산에 따른 재적생의 보호 대책(편입학 등)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학 구조개혁 관련 법률의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 제정에 앞서 기존의 관련 법령 및 제도의 활용을 위한 충분한 분석과 검토가 있었는지 그리고 법률안을 수립함에 있어서 교육의 질적 저하, 경쟁력 저하 등 교육적 역기능은 없는지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대학 평가는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의2(평가 등)에 대학운영의 전반(기관평가·인증)과 교육과정의 운영(프로그램평가·인증)을 평가하거나 인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년부터 이에 근거한 기관평가․인증결과를 정부재정지원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구조개혁은 지난 이명박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므로 당연히 그 법적 근거가 있을 것이다. 특히 금번에 발의된 법률안의 대학 평가 관련 내용은 현행 고등교육법 제11조의2(평가 등)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구조개혁을 위한 대학 평가를 별도로 할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법 제11조의2에 근거한 평가결과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학은 지금 기관평가, 인증, 프로그램평가 인증, 재정지원사업 평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 등 각종 평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교수들이 각종 평가준비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는 곧 교수들의 강의준비 소홀로 그리고 학생들의 교육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대학의 평가부담이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해 교육적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새로운 법률 제정에 앞서 현행 법률과 제도의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해 대학의 평가부담을 경감시키고 대학의 인적, 물적, 재정적, 시간적 자원을 교육과 연구에 집중 투자하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 이것이 국정운영기조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대학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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