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장애학생 복지 시스템…‘장애물 없는 캠퍼스’

도우미 원하는 장애인보다 봉사 신청한 학생이 더 많아
교육부 장애대학생 지원 평가 4회 연속 최우수 대학에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대구대는 장벽이 없는 대학이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들이 외면적인 성장에만 집착해온 것과 달리 대구대는 일반학생과 장애학생이 모두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이른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캠퍼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같은 전통은 설립자의 정신에 기인한다. 대구대는 1956년 故 이영식 목사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의 교육과 복지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설립한 대구맹아학원이 모체다. 1961년 우리나라 최초로 특수교육과를 설치했고, 사회복지학과(1964년), 산업복지학과(1978년)가 차례로 문을 열었다. 지금은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대구대의 복지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최근 장애학생 교육·복지를 특성화로 내세우고 있는 대학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대구대의 선구자적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수교육·재활과학·사회복지 분야를 선도 = 대구대는 장애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으로 ‘장애학생이 먼저 행복한 캠퍼스’로 유명하다. 1956년 대구맹아학원을 모체로 설립된 이래 특수교육·재활과학·사회복지 분야에서 누구보다 앞서 발전을 주도해 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특수교육과 설치(1961)는 물론, 전국 대학 최초 점자도서관 개관(1981), 우리나라 최초 단과대학 규모의 재활과학대학(현재 6개학과) 설립(1987)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2010년에는 장애인 교육을 위해 대구대가 걸어온 발자취를 한 데 모은 특수교육역사박물관을 개관했다.

특히 지난 2000년에는 전국 대학 최초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립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곳에서는 장애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개발해 제공 중이다.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가 대표적. 도우미 유형은 중증장애학생지원, 학습지원, 기숙사 생활지원, 노트제공, 문자통역, 대체도서제작, 시험대필 등 매우 다양하다.

일반학생들의 참여의욕도 높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도우미를 신청한 장애학생은 150명인데 반해, 장애학생 도우미에 지원한 일반학생은 이보다 많은 201명이나 된다. 전문 수화통역사, 속기사, 점역사 등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장애학생 전문도우미만 해도 11명에 이른다.

대구대는 장애학생들의 수강신청 편의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장애학생 우선수강신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신입생을 위한 대학생활의 길잡이와 장애학생 수영, 파크골프 등 장애학생 전용 교과목도 신설했다.

장애학생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활발하다. 지난해에는 점역교정사, 청각장애인통역사,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대비반을 운영해 장애학생 20명이 관련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같은 취업취약계층 취업지원 공로를 인정받아 대구대는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장애학생도 너른 캠퍼스를 마음껏 누리다 = 대구대에는 현재 △학부 192명(시각 46명, 청각 32명, 지체 95명, 기타 19명) △대학원 21명 △K-PACE센터(발달장애) 60명 등 모두 273명의 장애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대구대는 이들 학생들을 배려해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과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지향하는 장애 친화적인 캠퍼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 자동출입문, 경사로 등을 설치하고 초저상버스와 리프트카를 운영해 대구대 장애학생들은 이동에 거의 제한이 없다. 시각장애학생용 유도차임벨, 장애인용 화장실 및 샤워실, 보행로 유도표시(5km), 강의실과 도서관 내 휠체어용 책상 등 전국 최상의 장애인 지원 인프라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제34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학생들의 스포츠 활동 활성화를 위해 휠체어 테니스장을 개장하기도 했다. 그 밖에 국내 대학 최초 장애인 운전재활센터, 발달장애인대학(K-PACE센터), 장애인 맞춤형 보조기구센터 등 장애인 지원 전문센터들은 장애학생들이 보다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구대는 교육부 주관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평가’에서 2003년, 2005년, 2008년, 2011년 4회 연속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되며 장애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환경을 갖춘 교육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덕진 대구대 총장직무대행은 “장애 없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캠퍼스가 곧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다”라며 “앞으로도 장애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 섬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급지체장애인 김하은 씨의 하루]
나와 다름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넘치는 아름다운 캠퍼스

올해 대구대에 입학한 김하은(사회복지학과 1)씨는 어머니 박미정(48세)씨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4살 때 집을 덮친 산사태로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울릉도가 고향인 김 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매일 아버지의 도움으로 등·하교를 할 수 있었다. 대구대에 입학한 지금은 아침이면 생활 도우미인 정균영(사회복지학과 2)씨가 등·하교 및 강의실 이동을 돕고 있다. 정 씨처럼 교내 장애학생들의 학업과 학교생활을 돕는 도우미는 4월 기준 201명에 이른다.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 시험대필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시험장에서 도우미가 문제를 읽어 주면 시각 장애학생은 문제에 대한 답을 작은 소리로 말하고, 도우미는 그 답을 답안지에 적는 방식이다. 점자에 익숙한 시각장애학생들은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한다. 점자정보단말기는 언제든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나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일반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김화수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장(언어치료학과 교수)는 “장애학생들과 같은 강의실과 기숙사에서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일반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효과가 있다”며 “굳이 장애학생 도우미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조모임에서 장애학생을 팀원으로 만날 수 있고, 기숙사에 룸메이트가 될 수도 있고, 길을 가다 지나가다 우연히 도와줄 수도 있는 일이다. 마치 일반 학생들 모두가 크고 작게 ‘장애학생 도우미’로 생활하는 셈이다. 이는 그 어떤 이론교육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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