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종교·법 따라 가지각색…韓, 日 대학축제와 흡사

*** 세월호 침몰사고의 여파로, 연예인 초청행사와 주점을 중심으로 치러지던 대학축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달에 예정돼 있던 축제는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됐으며 대신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성금 모금운동이나 사회적 의제를 토론하는 공론의 장을 열고 있다. 학생들조차 외면하고, ‘유흥’으로 얼룩져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학축제가 이번 기회로 변모할 수 있을까.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축제로 대변되는 대학문화를 돌아보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 청년문화, 나아가 사회 전반의 문화 수준을 격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대학팀] 국내 대학들은 매년 상반기 5월에 한 번, 하반기 9~10월에 한 번 두 차례 축제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해외 대학들을 살펴보면 학교가 주축이 돼 축제를 여는 경우가 오히려 특이한 편에 속한다. 우리와는 과연 어떻게 다를까.  세계 각국들의 대학 축제 현장을 들여다보자.

▲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류큐대 축제 풍경.전통 춤인 에이사는 이 대학 축제의 메인이벤트다. 사진 출처=블로그 '러블리 루사의'소소한 일상'

■우리나라와 가장 흡사, 일본에선 … = 대학마다 다르지만, 규모가 큰 일본 대학들은 우리나라의 축제처럼 매년 대형 축제를 개최한다.

가고시마대의 경우 첫날 시내 퍼레이드로 대학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시내 행진을 한다. 기이한 의상으로 꾸미고 재미있는 행동들을 보여주며 지역주민들의 호기심을 끌어낸다. 우리의 주점문화처럼 캠퍼스 안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해 시민들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화려한 행사들이 캠퍼스 곳곳에서 열린다.

교토대는 각 동아리 활동을 공연과 시연 형식으로 보여준다. 전시회도 열린다. 야외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나눠주기도 하지만 시민들보다는 학교 구성원들이 즐기는 분위기다.

게이오대와 와세다대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스포츠경기 연고전, KAIST와 포스텍(POSTECH)의 카포전처럼 연합축제를 연다.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한국의 대학축제는 일본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일본 강점기 당시 현대식 대학이 모습을 갖췄고, 한국 대학들 역시 광복 즈음부터 세워졌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일본 대학축제의 유래는 일본풍 축제를 일컫는 ‘마쓰리(祭)’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근대화 시기와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채수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정부가 ‘전통문화를 발굴해 계승하고 서구의 기술을 융합해 확산한다’며 내세운 근대화 모토 ‘화혼양재(和魂洋才)와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마을, 기관, 대학에서 화려하게 축제를 열어 화혼양재를 구현할 수 있도록 권장하면서 대학축제 전통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일본의 대학축제는 여전히 전통 마쓰리와 닮아있으며, 무예, 스포츠, 연극 등 각 전공과 동아리에서 배운 이론을 실습 차원으로 승화해 직접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었다”며 “교수와 학생의 활발한 교류도 가능했기 때문에 유학시절 이를 목격한 교수들이 국내에 들여온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과 졸업이 곧 축제” 이벤트와 퍼레이드 벌이기도=호주는 매학기 개강 직전에 축제를 연다. '오픈데이(open day)' 또는 신입생을 위한 홍보주간인 ‘오위크(O-week, orientation’week의 약자)‘가 그것이다. 오픈데이는 하루를 지정해 진학 결정 전에 해당대학의 학과들을 둘러볼 수 있는 날을 말한다. 이날은 학교나 동아리에서 자기 과에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화려한 이벤트들이 열린다. 학과에 따라 디자인과는 자기가 만든 물건을 팔기도 하고, 드레스코드를 정해 코스튬 파티를 진행하는 식이다.

포르투갈의 경우 졸업축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꼬임브라대는 5월에 졸업예정자들을 주인공으로 ‘께이마 다스 휘 따스 축제’를 연다. '매듭을 태운다' 는 의미의 축제 이름처럼, 가장 중요한 행사는 졸업예정자들이 직접 색색의 매듭에 불을 붙여 태워버린다. 매듭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끝냈다는 것을, 색깔은 각 단과대학을 상징한다. 이 행사가 끝나면 졸업생들은 종이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수레나 자동차에 타고 퍼레이드를 벌인다.

독일 대학들은 주로 여름에 소규모로 축제를 여는 편이지만,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을 배출한 유서 깊은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의 대학축제는 보다 성대하게 치러진다. 개교기념일인 6월 25일부터 약 일주일간 열리는 축제기간 학교는 물론 전체 도시에서 대학 축제가 열린다. 시장광장과 대학 광장에 학과 및 동아리 부스, 공연장, 연회장소가 마련되며, 공연과 전시가 다채롭게 진행된다. 축제 기간 안에는 도시의 역사적 관광지 중 하나인 학생감옥이 무료로 개방된다.

▲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축제 풍경. 지역주민들이 대학 내 축제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공연과 음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블로그 '수시아의 꿈 꾸는 공간'

■ 술, 집회는 불가 … 美·中 제한 속 조용한 축제 = 미국과 중국의 경우 국가 또는 주정부에서 대학생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에 따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축제를 연다.

뉴욕 주는 만 24세 이하는 음주를 할 수 없게 제한돼 있다. 뉴욕주립대 빙햄턴 캠퍼스는 학교 안은 물론 기숙사로 술을 반입할 수 없고 관리감독까지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따라서 축제가 조용한 편이며, 동아리 부스 등을 차려 저마다 즐긴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자유를 주는 편이다. 스탠퍼드대의 경우 학내에서 주점을 열 수 있다. 그러나 주점을 열려면 교직원과 학생들이 사전에 안전훈련을 받고 나서야 가능하다. 소도시 이슬라 비스타에서는 매년 봄방학에 맞춰 ‘델토피아’라는 이름의 축제가 열린다. 대학도시 샌타바바라 근처 해변에 젊은이들이 모여 퍼레이드 등 축제를 열며 젊음을 발산하고 학생들 역시 자유롭게 음주를 한다. 올해에는 1만5000명이 모인 행사 장에서 학생들간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개교기념일, 체육대회, 학과별 학술제, 세미나 등이 소규모로  열리는 정도다. 학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빡빡해 수업 자체가 많다는 점도 학교나 학생 차원의 행사나 활동들이 활발하지 않은 배경이다. 중국 대학들은 대개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거의 휴식 시간 없이 수업을 듣는다.

아프리카 대륙은 종교가 주요한 요소다. 축제도 종교별로 나뉜다. 보통 서북부는 이슬람 국가가 많아서 비교적 축제가 많이 없고 노는 문화가 거의 없다. 이슬람 문화권은 음주가무를 권하지 않는 엄격한 분위기인 만큼 대학축제가 거의 없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기독교권의 경우 대학 축제가 열리기는 하지만 대부분 소규모로 치러진다. 동부 국가의 주요 대학들은 1년에 한 번 공식 축제를 개최해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행사로 비교적 차분히 진행된다.

[박스]해외유학생이 바라본 우리 대학 축제
“캠퍼스 전체가 흥겨워…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모습은 좋아”
“술마시고 난동, 고성 당연하게 받아주는 게 한국문화로 비쳐"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눈에 비친 한국 대학의 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 사진 왼쪽부터 베트남 출신의 부티다이짱(Vu thi dai trang, 덕성여대 경영학 2)씨, 중국 출신의 엽몽함(YE MENG HAN, 경희대 언론정보학 4)씨, 황연(HUANG JUAN, 경희대 언론정보학 4)씨, 프랑스 국적의 리사 샹폴리옹(Lisa Champollion, 선문대 국제관계학 4)씨

베트남 출신의 부티다이짱(Vu thi dai trang, 덕성여대 경영학 2)씨, 중국 출신의 엽몽함(YE MENG HAN, 경희대 언론정보학 4)씨, 황연(HUANG JUAN, 경희대 언론정보학 4)씨, 프랑스 국적의 리사 샹폴리옹(Lisa Champollion, 선문대 국제관계학 4)씨에게 한국대학 축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한국 대학 축제를 몇 번 접했을 텐데.
엽몽함정(이하 엽) : 신입생 때 ‘오늘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하고 생각했다. 이듬해 또 한 번 축제가 열리고 나서야 대학 축제라는 것을 알았다. 평소 조용했던 캠퍼스에서 축제기간인 3일 만큼은 왁자지껄하고 흥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리사(이하 리) : 축제기간 새벽에 기숙사 밖으로 나왔는데 캠퍼스 안에 학생들이 바닥에 누워있어 깜짝 놀랐다. 아파서 쓰러진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서 그렇게 쓰러졌다는 사실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그래도 학생들이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만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부티다이짱(이하 부) : 1년에 두 번, 3~4일씩 축제를 진행하고, 규모도 커서 특이했다. 축제 기간이 되면 모든 학과와 학생들, 교수들까지 관심이 ‘축제’로 쏠리고 캠퍼스 모든 곳이 다 축제 분위기가 나서 흥이 났다.

- 대학 축제를 보면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던가.
엽 : 축제 때 몇몇 학생들이 낮술을 먹고 수업에 들어와 강의실에 술 냄새가 퍼졌다. 그런데 교수님이 혼내지 않고 그냥 넘어가서 의아했다. 축제 기간에는 교수님 재량에 따라서 수업을 일찍 끝내는 것도 신기했다.
리 : 새벽 늦게까지 과음을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난동을 피우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특히 아침에 수업가는 길에 보면 학교가 너무 지저분해져 있더라. 온갖 쓰레기들을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이 치우는 것을 볼 때 마음이 불편했다.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엽 : 한국학생들과 유학생들 사이의 깊은 소통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학기 중 대부분 그렇기도 하지만, 한국 대학 축제에 4년간 지켜봐도 여전히 유학생 따로, 한국학생 따로 즐긴다. 즐거운 것은 함께 나눠야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따금 유학생을 위한 축제도 마련돼 고맙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한국학생들의 참여가 적어 어울리지 못하더라.
황연 : 유학생들은 한국 대학 축제에서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노는 것이 한국의 문화이고 그런 것을 당연하게 용인하는 게 또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축제 다음날 엉망이 된 캠퍼스, 과음한 학생들의 학생답지 않은 모습은 누가 봐도 좋아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고 나서도 의미가 남는 행사나 활동들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