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다. 본지 940호에 실린 특별 지상간담회에서 교수들은 정부와 경찰의 무능, 규제 풀어주기, 무책임한 언론, 때 아닌 이념 논란, 대충대충주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전문영역과 정치성향이 다양한 교수들이었으나 너나 할 것 없이 ‘각계각층이 철저하게 반성하고, 원칙에 따라 돌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사고 한 달이 지났다. 현재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자성을 해나가고 있는가. 이렇게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대통령의 사과는 유족들의 분노만 부추겼고, 국무총리는 사의부터 표했다. 검·경찰과 언론은 세월호 선장과 선사 청해진, 구원파 관계자들만 집중 비판하며 눈에 보이는 문제만을 언급하고 있다. 해경은 희생자들의 휴대전화를 무단 열람해 구설수에 올랐다.

비로소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다시 실감한다. '백년지대계'라고 입 아프게 외치던 고등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발의된 대학구조개혁법을 살펴보면 헌법의 대학 자율성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처럼 보인다. 교육부와 사학법인은 있지만 대학 3주체 즉 교수와 직원, 학생은 없다. 대학 특성화 사업 결과만 봐도 서울 소재 대학은 3%, 충청·호남·제주지역 대학들은 평균 9.2%의 정원을 감축했다. 줄어드는 수요에 야간 정원을 감축한 지방대는 실적을 절반만 인정받았다. 이미 기득권을 쥔 수도권 대형대학 상당수는 감축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원칙 없는 구조개혁에서 고통 받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만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 등 취업률과 인기가 낮은 학과들이 대거 통폐합됐다. 대학을 믿고 공부하고 싶어 들어온 학생들이 하루아침에 통폐합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2000년대 중후반 통폐합을 맞은 학과 학생들처럼 대개 전과하거나 편입을 준비하고, 일부는 등 떠밀리듯 학업을 마치게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신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달 본지가 전국 대학생 5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만 봐도, 우리 사회에서 원칙이 지켜진다고 보는 시각은 단 4%에 그쳤다. ‘앞으로 원칙이 통하는 사회로 갈 수 있다고 보나’라는 물음에는 19.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의 대형참사가 일정 주기로 반복된다던 한 교수의 분석이 불현듯 떠오른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불신과 패배감을 안긴 후에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또다른 희생자가 나와도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무력한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 과연 산 자의 과제는 ‘기억’이라는 말을 통감한다. 이제라도 젊은 세대가 믿음과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살아남은 ‘나’부터 지금의 고통을 기억할 때다. 그리고 뿌리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다시는 사회이든 대학이든 그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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