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호 (본지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교수)

과학기술 전쟁의 시대다. 스마트폰 관련 기술특허 침해를 둘러싼 삼성과 애플의 소송 전에서도 과학기술 전쟁이 표면화된 것이다. 최근 남북한, 미국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EMP탄도 최첨단 전기전자기술이 전쟁에 적용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과학기술 연구와 교육은 이런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가. 국가 과학기술발전의 핵심 고리는 대학이고, 자연대·공대 등 이공계열 진흥 없이는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근래 이공계열 학과의 침체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과 수험생들 가운데 상위권은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학과 등을 선호하고, 이공계열 학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의 의대 진학률이 2010년 20%였으나 2012년에는 42%로 두 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이공계열 학과 재학생들의 자퇴비율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전국 대학에서 자퇴한 이공계 학생들은 총 5만9991명에 달했고, 국립대의 경우에는 전체 자퇴생 가운데 이공계 비율이 66.2%나 되었다. 

연구의 중심축인 대학원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서열의 최상위에 있는 대학 졸업생들은 미국 등 선진국 대학원에 유학하고, 그 빈자리는 차상위 대학 출신들이 매우고 있다. 서울의 10위권에 드는 대학의 연구실에서조차 연구능력을 갖춘 대학원생들의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 지방대의 사정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공계 출신 대통령의 집권으로 이공계 진흥이 기대되었고, 그간 일부 성과도 있었다. 우선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을 마련하여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국가의 미래를 위해 크게 환영할 일이다. 또한 최근 박 대통령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어 공대교육과 산업현장의 간극을 메울 방안을 논의했다. 공대생들의 전공실력과 실무능력 보강을 위해 공학기초 이수기준을 25학점에서 30학점으로, 전공과목 이수기준을 50학점에서 54학점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 4년제 학사과정으로도 전공지식 습득이 충분하지 못한 현실에서 학사과정 3년과 석사과정 2년을 결합하는 이른바 '3+2 제도' 도입은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연구교수와 실무교수로 구성되는 '투트랙 공대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SCI 논문이 없어도 우수한 산업체 실적만으로 교수로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하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지 않는다. 산업체 현장기술 중심의 교육은 전문대학에 맡기는 것이 정도이며, 공대 교육에서 필요한 실무교육은 현재의 겸임교수, 초빙교수 제도나 학생의 실무수습 교과, 인턴쉽 등을 이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공학 교육에 있어 현장을 무시하고 이론에만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여 지나치게 현장을 강조하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이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이며, 이는 헌법상 국가의 책무(헌법 제127조 1항)이기도 하다. 국가가 과학기술 발전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데 과감히 투자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과학기술자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 등 연구기관 종사자들에게 과학기술 효용주기의 감소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국가나 공공기관에 이공계 출신들을 중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100대 기업 CEO 중 이공계 출신이 상경계 출신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희망적이다. 그러나 공공영역에서는 아직도 한참 미흡하다. 2013년 기준으로 이공계출신은 고위공직자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근세 이후 10번째 강대국을 목표로 하는 중국만 해도 최고위급인 상무위원부터 상당수가 이공계 출신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헌법상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활성화되어 조속히 과학기술, 특히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큰 그림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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