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국회서 여야 충돌 예상…“입법안에 대학평가기준 담아야”

[한국대학신문 최성욱·손현경·이재 기자] “의원들이 ‘대학구조개혁법안’을 두루뭉술하게 만들어서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건 의회의 책임방기다.”

임재홍 한국방송대 교수(법학)는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희정 의원(새누리당·여당간사) 등 교문위 소속의원 20명이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구조개혁법)에 대해 날을 세웠다. 정원감축과 대학청산을 골자로 한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지 않고도 사립대에 구조조정과 퇴출까지 명령할 수 있게 된다.

다음달 열릴 임시국회를 앞두고 ‘구조개혁법’이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구조개혁법을 반기는 쪽은 사학에 퇴로를 열어주어 부실·비리사학을 내보내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반대하는 쪽에선 정부와 일부 비리사학 법인들이 악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정부가 대학에 실시해 온 대학구조조정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정부는 지금처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지 않아도 대학평가를 통해 사립대를 퇴출시킬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사립대 교수들은 구조개혁법을 정부가 이른바 ‘사립대 장악법’으로 악용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주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구조개혁법 제17조에는 ‘교육부 장관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학에 학생정원 감축·조정, 정부 재정지원의 제한 등을 명령하거나 조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서 이 조항에는 ‘대학평가 결과 연속 2회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의 학교법인에 대해 대학의 폐쇄를 명령하거나 해당 학교법인의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대학평가로 사립대에 폐쇄·해산을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 대학평가의 주체가 교육부이기 때문에 사실상 자체 심의를 거쳐 대학의 퇴출을 결정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형규 한양대 교수(법학)는 “교육부가 ‘칼자루’를 휘두르는 식이 된다면 사립대의 자율성이 침해 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리사학의 퇴출을 위해서라도 구조개혁법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한 수도권 사립대  법인이사장도 “교육부는 교육을 진흥시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대학구조개혁의 일선에서 대학을 심의·평가해온 전 구조개혁위원들조차 이번 구조개혁법이 왜곡돼 있다고 주장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구조개혁은 대학교육 정상화와 정원감축이 맞물려 가야하는데 제출된 법안에는 오로지 대학평가와 정원감축, 퇴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구조개혁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대학구조개혁 성과를 단기간에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이끌어내려다보니 구조조정을 도와줄 재정지원이나 부실·비리 법인에 대한 구조조정 등 정작 필요한 법안들이 빠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인사는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력 강화, 교육의 질 제고와 같은 내용을 보완해야 정상적인 법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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