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우리 대학 점수를 정량지표로 100점 만점 환산하면 90점이 넘었다. 문제는 정성평가였다. 정성평가라는 게 결국 평가위원의 주관적 관점 아니겠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정성평가에 대한 신뢰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8일 발표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 2단계에서 탈락한 지방 국립대 LINC사업단장의 말이다. 이번 2단계사업은 기존 1단계에서 사용되지 않은 ‘정성평가’가 60% 반영됐다. 계량화가 가능한 지표만을 평가에 반영한 정량평가는 35%에 그쳤다. 다수의 대학 관계자들이 ‘정성평가가 사업 선정의 당락을 결정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물론 이를 두고 떨어진 대학들의 볼멘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완벽한 평가라는 것이 어디 있나. 최선을 다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성평가에 대한 우려는 사업선정 대학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산학협력단장은 가까스로 선정됐다며 “정량 평가에 대한 부분은 확실하게 준비를 해 걱정 없었지만, 사업 운영계획, 산학협력 의지 등을 심사위원들이 ‘정성’적으로 평가하면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대학 미래의 향방을 결정한다고도 할 수 있는 특성화 사업에서도 정성평가가 도입되는 데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이미 몇몇 대학들은 “객관적 평가 대신 이른바 로비 잘하는 대학이 좋은 점수를 받지 않겠느냐”는 것과 “학연·지연이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정성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대학이 정성평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과는 달리 교육부는 정성평가의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교육부가 주관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사업’에도 정성평가가 반영됐고, 대학(수도권·지방) 특성화 사업에서도 심사의 50%가 정성평가다.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사업 역시 1단계 평가 중 70%가 사업계획서 심사인 정성평가다. 특히 ACE 사업 2단계 평가는 사업선정평가단이 직접 대학을 방문해 현장평가를 진행하기에 사실상 정성평가의 비중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성평가는 정량평가로 측정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보완을 위해 도입된 만큼 평가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정성평가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각 대학의 걱정과 불안에도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재정지원사업의 평가는 많은 대학이 수긍할만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기계적 잣대가 아닌 여러 요소를 반영할 수 있어 좋지 않으냐’는 '말의 설득'이 아닌 ‘근거의 설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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