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AN+2 대중국 프로젝트 글로벌 인재키우기 방점

사회가 요구하는 ‘응용력’ 문사철에 기술 더해져야
대학구조조정 일괄 잣대 잘못, 평가의 유연성 필요해
위기 극복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 모델 제시할 것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새 마음 새 뜻으로 도약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의 쓰나미 속에 세한대의 행보는 오히려 다이내믹하다. 구조조정은 곧 축소, 위축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세한대는 오히려 당진에 제2캠퍼스를 열고 국제화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세한대는 2012년 대불에서 ‘세한’이란 새 옷으로 단장하고, 지난해 특성화 학과로만 구성한 충남 당진캠퍼스의 문을 열었다. 대중국 프로젝트에도 박차를 가해 자신만의 특성화 전략으로 대학구조조정에 맞섰다.

이제 세한대는 전남 영암의 대불산단을 뛰어넘어 대불캠퍼스와 당진캠퍼스 그리고 세한대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중국 전역의 현지 단과대학 및 대학원까지도 품었다.

‘세계로 비상하는 인재들의 날개’란 의미를 지닌 세한(世翰)대를  2006년부터 이끌며 굵직굵직한 변화를 주도한 이승훈 총장은 학교의 비상을 위해 뒷편에서 묵묵히 날개를 돋워온만큼 자심감을 드러냈다.  이 총장을 당진캠퍼스에서 만났다.

- 2012년 세한대로 새 출발했다. 소회는.

“지난해는 법인설립 40주년, 대학설립 19주년, 한중 합작대학원 10주년, 당진캠퍼스 개교 등 경사가 잇따른 한 해였다. 새로 출발한 ‘세한대’의 첫 총장인 만큼 교육목표를 되짚어보고 도약을 위한 점검시간을 가졌다. 2012년 ‘세한대’로의 교명 변경은 전남 영암의 대불산단을 뛰어넘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 당진캠퍼스 개설도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이용해 학생들의 전공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과감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항상 새 마음을 품고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날아오를 준비가 돼 있다.”

- 당진캠퍼스는 실용학과 중심인데, 개설 효과는.

“세한대는 실사구시(實事求是) 학문을 표방한다. 지난해 문을 연 당진캠퍼스는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로 서울과 지방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당진캠퍼스에는 수도권과 연계되는 학과 중심으로 포진돼 있다. 수도권과 가까워 학생들은 문화의 중심으로 현장실습을 할 수 있으며, 전공 관련 정보수집도 쉬워졌다. 실제로 당진캠퍼스로 학과를 이전한 학생들의 학과 만족도도 상승하는 효과를 보였다. 대불캠퍼스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현장실습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하던 학생들의 학습 의욕도와 현장실습 참여율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 해양레저특성화사업단이 유명한데.

“인근에 목포가 가까이 있고, 무인도의 70%가 전남지역에 있다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해양레저분야 특성화에 발돋움할 수 있었다. 현재 목포시에서 위탁받아 ‘요트마리나’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리나산업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학생들이 요트 설계부터 생산까지 할 수 있게 책임·지도를 하고 있다. 현장학습을 통한 해양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다도해 국제요트대회는 산학협력단(SRL해양레저특성화사업단) 사업의 일부다. 이 외에도 세한대는 각종 요트대회를 주관하고 요트레이스에 많은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다도해국제요트대회’ ‘전남·제주 국제요트대회’는 3년 전부터 도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남해안컵·코리안컵·부산 수퍼컵 등 국제대회에도 해양레저학과 학생들이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 한·중 합작 석사과정 학위수여식이 열렸는데.

“지난해 제8회 중국 톈진사범대학 간 합작교육 프로그램인 교육학 및 경영학 석사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2003년 세한대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중국 교육부 승인을 받아 대학원 과정을 설립했다. 이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 대부분은 중국 현지의 교육공무원으로, 이들은 미래의 한중 교류와 우호 증진에 매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한중교류협력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하면서 중국 31개 성 중 서북쪽 오지를 제외하고 고등교육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중국 곳곳을 누볐다. 덕분에 북쪽으로는 헤이룽장성, 남쪽으로는 하이난성까지 거의 모든 성에 우리 협력대학들이 자리 잡게 됐다. 이제는 동서로 넓혀 나가는 과제가 남았다. 현재 쓰촨성 쪽으로도 집중 개척을 진행하고 있다. 세한대는 10여년 전부터 중국 전역에 교육 네트워크를 시도했다. 당시는 미국·유럽 일변도의 국제화가 진행됐지만 중국이야말로 한국과 실질적인 교류를 하고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

- ASEAN+3를 계획하고 있는데.

"중국 광시성 난닝시를 방문하고 중국뿐 아니라 아세안 국가로까지 활동 방면을 넓히고자 했다. 난닝시에는 아세안 국가의 유학생들과 아세안의 상설회의장, 5~6개 국가의 총영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야말로 아세안과 중국이 긴밀하게 교류하는 장이었다. 이곳을 통해 아세안 유학생들과도 우리의 교육 커리큘럼을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ASEAN+3, 즉 아세안 여러 국가와 한·중·일 세 나라의 고등교육 협력이었다. 일본은 외교문제로 함께하지 못했지만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적어도 내년에는 학교를 설립해 본격적인 ASEAN+2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학교 시설은 중국 측이 지원하고, 커리큘럼과 교육 기자재는 세한대에서 부담할 계획이다. 세한대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아세안 지역의 민간 교류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실용학문 연구중심 대학이다. 인문학 교육에 소홀하진 않나.

“우선 실용학문과 인문학으로 양분하는 인식부터 문제가 있다. 기초학문은 결국 인간의 삶에 합당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학문이므로 실용학문 기능도 포괄한다.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세한대에서는 다양한 교양과목으로 두 간극을 좁히고 있다. 사회에서 진정 요구하는 능력은 ‘응용능력’이다. 이 응용능력은 문·사·철 같은 기본학문의 토대 위에 새로운 실용학문과 기술을 더할 때 길러지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긴급상황일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인간가치를 중시하는 철학과 ‘실용학문’과의 조화도 필요하다.”

-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이 한창인데.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대와 지방대, 또 대학별 입학정원 규모도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교육부는 일률적인 잣대로 대학을 재단하고 있다. 결단력 있게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교육부의 태도는 좋지만 시행과정에서 얻은 착오들은 개선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대학평가에 있어 특성화 분야를 대학마다 정해 그룹화하는 방법도 있다. 평가를 통해 그룹끼리 경쟁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일정기간 최하위 그룹에 머물러 있다면 그 대학을 정리하는 방법의 대학구조조정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 2011·2012년 연속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가 지난해 탈출했다.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에 사용되는 8개 정량지표는 지방대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특히 재학생충원율은 평가 배점도 높고, 인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세한대는 재학생충원율이 다른 지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해 하위 15%에 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3년간 구성원 모두 철저한 재학생 관리와 전국 최상위권의 장학금 지급률을 기록하는 등 하위 15% 탈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현재 평가기준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공·사립 등 다양한 설립주체 및 규모에 상관없이 대학에 일괄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이는 대학의 특성을 무시한 것으로 정량지표 관리에 매달리다 보면 전국의 대학교육이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각 대학의 특성을 반영한 유연성 있는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재정·행정·정치의 과거 발자취를 교훈삼아 미래 대학의 청사진을 제시한 총장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교육기관 설립 자체가 비정치적이므로, 대학구조조정 또한 비정치적인 상황에서 진행돼야 한다. 이에 교육부는 지역에서 대학이 갖는 사회적 비중을 파악하고 지역과 발맞춰 상생하는 대학이 되도록 해야 한다.”
 

*** 이승훈 세한대 총장은…
전라남도 나주 출신으로 1983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美 미시간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전주대 대학원에서 의료경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5,6대 대불대 총장을 지냈으며, 2012년 세한대로 교명이 바뀐 이후 현재까지 제7대 총장(세한대 초대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사)한국해양레저네트워크 이사장, 법과 질서가 바로선 아름다운 전남만들기 협의회 위원, 사단법인 4월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 윤지은 본지 편집국장, 정리: 정윤희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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