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교육적 가치 퇴색될까 우려…학생들은 환영·반대 엇갈려

[한국대학신문 대학팀]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 복무경험 학점인정제도(군 복무 학점인정제)’를 두고 대학가에서도 양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 보직교수들은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공감하나 학계와 군 모두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업 중단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데서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강현철 인천대 교무처장은 “군대에서 받는 교육과 대학에서 하는 전문·교양교육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성격이 다른) 두 교육을 동등한 위치에 놓고 학점을 인정하기에는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영숙 부산대 교무처장 역시 “학점은 교수들이 학생의 출석 여부와 수업태도, 성적 등을 총괄 평가해 내리는 가치이기 때문에 군 복무를 마쳤다고 해서 일반-교양과목 등의 학점을 부여하는 것은 교육과정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회봉사 과목 등과 연계하거나 군대 내 사이버강의를 확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충청지역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육부에서 국방부의 추진안을 받아주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군대가 대학생이 아닌 성인 남성 대상 징병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생만 따로 학점을 인정할 경우 대학 진학여부로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보상은 단순히 학습이 아닌 젊은 날을 군대에 봉사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범사회적 가치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형호 건양대 군사학과 학과장의 경우 “군 복무 하는 대학생들이 느낄 만한 상실감을 최소한이나마 보상해주는 것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군인은 전쟁에 대비하며 국방의 의무를 다 하는 것인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군이 흡사 고등교육기관처럼 변질될 우려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이번 안을 추진하면서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 지역 국립대 보직교수는 “국립대의 경우 정부 방침에 따라가긴 하겠지만, 대학들 역시 언론을 통해 처음 이 소식을 접했다”며 “국방부가 지시한다고 해서 대학들이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 이번 제도는 대학의 자율성과 교권, 학점에 대한 가치까지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반면 학생회는 의견이 양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김예나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과거에도 총학생회에서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한 군 복무시 학점 인정 방안을 모색했다가 좌절된 바 있다”며 “이달 중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 군 복무 학점인정제에 대해 대학본부와 적극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사립대 군사학과 학생회장인 A씨는 “여학생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군인 등 역차별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학과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2년간 인정해주는 9학점이 너무 적어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원준희 인하대 전 공대 학생회장은 “성인 남성 대부분이 필수적으로 입대해야 하는 군대에 학점을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더구나 휴학 상태에서 군복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으며, 여학생에게는 차별적인 제도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여대 총학생회장은 “시험기간이기도 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라며 “군 복무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존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고, 이미 군 입대 휴학이 가능한 상태에서 중복으로 학점 혜택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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