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안산대학 총장, “진심어린 학생 존중이 학교 발전의 첫걸음”

*** 박근혜정부 들어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전문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각 대학을 이끌고 있는 총장들의 리더십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4년제 대학과 비교해 전문대학 총장들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과 조명은 활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탁월한 역량으로 대학 발전을 이끌고 있는 전문대학 총장들을 찾아 그의 리더십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교수로 25년, 총장되자 구성원들 모두 한 식구 같은 마음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 32세에 전임강사로 교직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이어진 25년간의 교수 생활, 그동안의 공적을 인정받으며 안산대학을 이끌게 된 김주성 총장(58). 오랜 시간을 교정에서 보낸 탓에 전교생 이 모두 ‘내 제자’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는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평상시 구성원들과는 직책을 떠나 격의 없이 지내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내유외강‘의 표본으로 불린다.

■“총장님은 2000원 식권 들고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김 총장은 수시로 현장의 소리를 듣고자 교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둘러본다. 특히 학생식당을 불시에 찾아 학생들과 같이 줄을 서서 직접 배식을 받고 식사를 한다. 덕분에 ‘2000원 식권 든 총장님’으로 유명하다. 학생의 편에 서려는 김 총장의 의지가 드러난다. 

“제가 학생식당을 방문하면 음식의 질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학생들과 식사를 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경청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부서와 접촉해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힘쓴다.

윤동열 기획처장(관광중국어과 교수)은 “일할 땐 그 누구보다 철저하신 분이지만 평소엔 자상하고 친절하다”면서 “늘 학생 입장에서 학교 운영을 하려 노력하는 분”이라고 귀띔했다.

김 총장의 이같은 ‘학생 배려’는 '최근 10년간 글로벌 현장학습사업 최다 파견'이라는 성과와도 무관하지 않다. 윤 처장은 “대학 입장에선 해외 인턴십을 위해 한 학생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학생들의 해외 현장 실습을 위해 학교 측이 모든 것을 감수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안산대학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외국어 집중 교육을 위한 토익사관학교를 연중 5단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토익과 중국어, 인터뷰, 스피킹 집중 교육을 실시해 외국어 우수 인재를 발굴한다. 김 총장은 “사실 프로그램 운영은 어느 대학이나 활용할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운영팀의 열정”이라면서 “전문대생이 단기간에 영어를 배워 해외 파견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교수부터 백지상태의 마음으로 학생들에 애정을 다해 열정을 쏟으면 안될 것이 있는가. 인식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을 비롯한 교수들의 학생들에 대한 애정 덕분에 해외 경험 기회 또한 다양해졌다. 안산대학이 해외 인턴십 분야에서 지난 9년간 약 800명 이상을 파견하는 저력을 보인 이유다. 뿐만 아니라 안산대학은 다문화 인구가 많은 안산지역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영어·중국어 등의 외국어 중점 육성에도 발벗고 나섰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주최 영어마을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인데 3년 전부터 안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온 화정영어마을은 정상궤도에 올려다 놓았습니다. 이 곳을 영리목적이 아닌 교수들의 지식기부 형태로 돕고 있는데 현재 예약이 밀린 상태입니다.”

■300여개 가족회사와 협약 "전문대학,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 반드시 필요" = 안산대학은 지난 2011년부터 가족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대학 내 산학협력 시스템을 점검해 기업이 중심이 되는 산학협력에 힘을 기울여왔다. 2단계 LINC 육성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도 이뤘다. 김 총장은 전문대학의 LINC 사업에 적극 찬성한다. 그는 “4년제 대학보다 직업교육을 하는 전문대학에 더욱 필요한 사업”이라며 “직업 교육을 하는 데 있어 현장실습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학생들의 현장실습 지원에 있어 애로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어떤 산업체에서 학생들이 실습 오는 것을 귀찮아하기도 합니다. 반면 학교 쪽에서는 교수가 실습 대상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 산업체 확보를 해야 하기에 기업에 사정하고 매달리고 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때문에 간호보건계열과 같이 현장실습이 학점이수에 포함되는 전공은 시스템이 정착화 돼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과는 실습이 유명무실해져 버리는 문제도 있습니다.”

대학 운영에 있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김 총장은 건학이념인 기독교 정신을 떠올린다. 사랑·봉사·섬김을 따라 이웃과 같이 살자고 외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안산 지역의 피해가 큽니다. 아픔이 커요. 이 사고로 느낀 건 그동안 교육계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과정은 무시하고 성과 위주의 결과만 보고 뛰어왔다는 겁니다. 이러한 경쟁 사회 속에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총장은 특성화 사업 선정에 있어 138개 전문대학 간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안산대학은 4개 영역 가운데 2유형 신청서를 냈다. 총 28개 전문대학 가운데 절반인 14곳이 선정된다. 그는 “각 대학을 들여다보면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옛날 수준의 전문대학이 아니다”며 “어디에 내놔도 우리나라 대학은 손색이 없다. 특히 전문대학의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창의인재 양성에 필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필요성에 공감= 안산대학은 효율적인 전공 역량 직무 교육과 평가를 위해 NCS교육지원센터를 중심으로 △NCS운영위원회 △ 교육과정정책개발위원회 △학생직무능력완성도평가위원회 △학과교육과정위원회 등을 연계해 학생직무능력완성도 평가체계를 구축했다. 학생포트폴리오를 평가해 학생직무능력완성도를 심의 인증하는 제도도 운영해 지역산업체에서 필요한 직무능력이 인증된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취업 거점인 안산시와 시흥시를 중심으로 경기 서남부와 수도권의 산업체들에 대한 직무분야별 인력수요, 취업전망·환경 분석을 바탕으로 NCS 기반 교육과정 개편, 운영을 통해 현장 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총장은 “국가고시가 있는 간호보건계열은 이미 표준 매뉴얼이 있지만 그 외 사회실무학과와 공학계열학과와 같은 타 전공은 그동안 교수 재량으로 교과과정을 편성해 왔다”면서 “국가가 지향하는 창의인재 양성에 NCS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소한도의 직무 교육은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 교육을 하되 창의인재 발굴에 필요한 교과목을 추가하는 방안이 옳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개교41년 졸업생 3만3000명 배출 "세계 수준의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거듭날 것" =안산대학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특성화사업의 큰 축인 글로컬 기반 웰니스 산업을 학내에 구현하기 위해 마스터플랜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관광·비즈니스 계열을 중심으로 한 창의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이런 청사진 속에서도 김 총장은 학생들을 학교 발전을 위한 소중한 ‘보물’로 여긴다.

“전문대학생들이 근본적으로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 들어오는 게 아닙니다.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개인적인 상황들 때문에 혹은 때를 놓쳐 직업 교육을 택한 것일 뿐입니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그는 매년 학기 초 총학생회 간부들과 정기 간담회를 열어 자리를 마련한다. 또 학생들이 주최 주관하는 행사가 있을 경우 사전에 행사를 주관하는 대표 학생들과 만나 행사 준비를 격려하고 학교생활에 대한 애로사항을 듣는다. 틈틈이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 총장은 “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특강 형식으로 학생들과 만나거나 학과별 졸업 작품전과 학술제 등을 통해 학생들과 계속 소통의 기회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입학식 때는 김 총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인사하기’를 주문, 인성을 갖춘 안산대학인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날 이후 학생들과 교정에서 마주칠 때면 밝게 인사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산업체에서도 ‘안산대학 학생들은 예의바르다’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 결코 빈 말이 아닐거에요. 우리 학생들에겐 건학 이념에 맞는 그런 바른 분위기가 있거든요.”

학생 각각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인지 반값등록금과 관련해서도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문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직업전문교육을 선택한 배경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가장학금 형태로 저소득층에게 전액을 제공하는 방식이지만 한 학생에게 전부 주는 것이 아니라 금액을 절반씩 나눠 전 학생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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