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본지 논설위원/두원공과대학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NCS는 자기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능력중심사회가 실현돼야 노동시장-교육시장 간 고질적인 일자리 부조화가 해소돼 인적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할 수 있고,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글로컬인재(세계(글로벌)와 지역(로칼,복합능력)의 장점과 환경을 융합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의 현실은 학벌·학점·토익점수·어학연수·봉사활동 등 소위 취업 8대 스펙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러한 스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능력중심이 아닌 스펙중심의 사회에서 직무능력과 동떨어져 생기는 비효율은 비단 청년들의 취업 준비생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스펙을 많이 요구하는 이유도 직무능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일단 스펙 위주로 신입사원을 뽑아 놓고, 연간 수조 원의 막대한 비용(한국경영자총협회, 대졸 신입사원 1인당 평균 5960만 원 소요)을 들여 산업현장 맞는 재교육을 하고 있다. 이 또한 겉만 번지르르하지 정녕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기업에 들어간 후, 연공서열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해지는 임금․승진체계 역시 근로자의 직무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다. 결국 ‘능력과 동떨어진 교육․훈련의 취업준비-능력과 상관없는 채용방식-능력과 관련 없는 승진체계-능력급이 아닌 임금체계’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고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산업계와 함께 준비한 것이 NCS(국가직무능력표준)다.

NCS는 각 산업체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언뜻 보면 ‘특정 직무의 ABC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할 수 있지만, 산업체에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의 능력을 쳬계적으로 정리한 이른바 ‘직무능력지침서’다. 이 NCS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습모듈(Learning Modules:NCS의 능력단위를 교육훈련 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교수학습 자료)을 바꾸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 위주 교육이 가능해지고 노동시장과 교육시장 간의 괴리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또 기업에서도 NCS에 따라 신입사원과 직원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능력에 기반을 둔 효율적인 신규 채용과 인사 평가를 할 수 있다.

NCS는 우리 사회 전반을 스펙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로 혁신(Inovation)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훈련기관(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직업학교, 폴리텍, 전문대학, 대학 등)에서는 NCS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바로 쓸 만한 인재를 키우는 현장중심의 맞춤형교육과 훈련을 할 수 있고, 기업에서는 신입직원의 직장 내 교육훈련(OJT)과 기존 직원의 경력개발에 쓸 수 있다. 또한, 직무급 임금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사업장에서는 NCS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직무평가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펙 초월-양질의 일자리와 연계된 직무급 임금(돈)제도를 통해 취업(Good Jobs), 국가직무능력표준(NCS)으로 통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사회 풍토가 조성될 때, 진정한 능력중심 사회가 완성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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