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7개 부처 내각,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체가 맞물리면서 교육 판도 대폭 물갈이 되는 분위기다. 하반기에는 어떤 교육정책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인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고등교육 정책 이슈는 단연 대학구조개혁이다. 7월 초까지 특성화 사업(CK)과 학부교육선도대학(ACE)육성사업을 수행할 대학까지 선정되면 하반기에 남은 것은 대학구조개혁과 직결된 평가다.

전국 대학의 교수협의회는 지난 4월 발의된 대학구조개혁법이 부실 사학법인에 무리한 특혜를 보장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먹튀 법안’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공립대 교수들은 이대로 구조개혁을 강행할 경우 9월부터 동맹휴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출범한 한국대학학회는 구조개혁의 물줄기를 틀기 위한 ‘씽크탱크’를 표방하고 있다.

교수뿐 아니라 대학 직원노조, 학생, 학부모 및 사회단체들까지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꾸려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용하던 대학생들도 직접 전국 규모 토론회를 여는 등 정부의 구조개혁 방식에 대한 반발 움직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한 대학들이 급하게 비인기학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내홍이 불거진 탓이다.

반발 여론이 점차 힘을 얻게 되자 교문위 야당 의원들의 대안입법 논의도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아직 교문위 명단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대안입법에 관심을 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존 교문위 위원 일부가 잔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5-16대 국회에서 사학에 대한 감시 강화에 주력했던 설훈 의원은 박주선 의원과 교문위원장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반면 대학구조개혁법을 대표 발의한 김희정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법안 발의에 참여한 신학용 위원장은 관행상 타 상임위로 옮겨가게 됐다. 구조개혁법이 하반기 국회에서 쟁점으로 떠올라 통과가 늦어지면 구조개혁 평가가 받는 동력도 자연히 떨어지지 않겠냐는 것이 대학가와 교육부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이처럼 대학구조개혁을 둘러싼 이슈는 연일 부상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대학협의체는 여전히 정부의 눈치만 보며 침묵하고 있다. 국립대, 사립대 할 것 없이 자율성을 보장해달라고 주장은 하면서도, 정작 정부재정지원사업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구조개혁 평가에서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봐 말을 아끼는 것이다. 오는 26일 대전에서 열릴 대교협 하계세미나 정기총회에서도 지난 2월과 같이 ‘구조개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학 자율성은 보장해달라’는 골자의 건의문을 다시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와 사립대 총장협의체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한 대교협 관계자는 “모든 평가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 기반 위에 가능한 것이다. 당위성을 핑계로 정부가 직접 컨트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그래도 총장들이 머리띠 둘러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대교협 건의문도 나름 강력 대응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방안”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최근 본지의 ‘5·31교육개혁 20년, 새로운 20년 열자’ 특별기획에서는 5.31 정신인 자율성과 다양화가 이명박정부부터 급격히 퇴색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언제까지 ‘나라도 살고 보자’는 태도로 눈치만 볼 것인가. 대학 관계자들은 알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학이 대학답지 못한, 타율적이고 획일화된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대학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자율성을 지키고 싶다면 침묵보다는 ‘한 목소리’와 ‘큰 결단’이 필요하다. 총장들의 침묵은 더 이상 금(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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