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내홍 배경엔 교육부 '성과주의'

▲ '학제개편'으로 내홍을 겪은 숙명여대 교정에 지난 13일 미디어학부 학생들의 항의 사진이 걸렸다. (사진=송보배 기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최근 대학들이 ‘일방통행식’ 학제개편안으로 학생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대학의 ‘불통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대는 지난달 27일 대학원 전체대표자회의를 통해 대학원 구조개편안을 공개했다. 대학원 본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점수가 낮은 학과는 사라지거나 통폐합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원생들은 사전에 구조개편안과 평가기준에 대해 공지된 바가 없었다며 반발했다.

이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민영 씨는 “대학원 본부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학과를 평가하는지, 구조개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체대표자회의 전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소통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씨는 “대학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학부생 때 남서울대에서도 겪었는데 대학원에 와서 같은 과정을 또 겪고 있다.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라 말했다.

비단 중앙대 뿐 아니다. 숙명여대 역시 ‘학제개편안’을 둘러싸고 ‘불통’ 논란을 겪었다. 숙명여대는 지난달 7일 전체학생간담회에서 학제개편안을 공개했다. 독립학부가 단과대학으로 통합되는 안이 발표됐지만 해당 학과 학생들은 그 사실을 사전에 공지받지 못했다. 학생들이 대자보, 포토 시위 등으로 즉각 반발했고, 현재까지 학교 본부 측은 학생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인하대도 지난 3월 학사개편안을 총학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전 조율 과정이 없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일련의 대학 개편안 적용 과정에서 공통으로 ‘사전’에 학생들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학교 측은 ‘오해’라고 항변했다. 

한상준 중앙대 대학원장은 “벌써 두 달 여 전 공청회를 열어 일반 교수들과 학과장들에게 평가 기준을 미리 알렸다”며 “교수 재량에 따라 학생들에게 그 내용이 전달 안 된 학과가 있다는 걸 알게 돼 대학원 측이 전체대표자회를 통해 일부러 학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또 “반발이 심한 예술계 대학원 학생들의 입장을 새겨 듣고 있고 그 의견도 적극 반영하는 중이다”며 “대학원 측이 나서서 학생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단 교수의 가치관이나 역량에 따라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전체 대표자회의를 두고도 학생들은 ‘통보’로 대학 측은 ‘소통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어 하나의 의제를 두고 학생-학교의 ‘동상이몽’ 현상이 나타난다.

오미영 가천대 교수(영상광고학과)는 “학생들의 소통 욕구는 커지고 있는데 학교에서 시행하는 것은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며 대학의 의사결정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오 교수는 “효율성과 성과를 앞세우면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조급하게 성과 올리려는 대학들이 수직형을 선호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힘들지만 상호작용성에 바탕을 둔 개방형 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가야 한다. 성찰, 인본주의가 이런 커뮤니케이션에 바탕”이라 말했다.

대학의 커뮤니케이션만 지적할 수는 없다. 대학이 단기 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다. 현재 대학들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원감축을 감행하고 있고, 대학원도 교육부 평가 지침에 따라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학의 학과 구조 개편이 단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긴 시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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