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부산수산대, 부산공업대 통폐합

학생수 부족에 따른 대학 위기가 다가오면서 대학간 통폐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본지는 이미 통폐합을 완성한 대학과 통합 추진논의가 무산된 대학 등 선례에 대한 분석과 해외대학의 통폐합 사례, 통폐합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등을 2회 걸쳐 집중 조명한다
지난 97년 4년제 국립대학인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의 통합으로 탄생한 부경대는 성공적인 통합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4년제 대학이 2년제 전문대학을 흡수하는 방식이 아닌 4년제 대학끼리의 수평적 통합 사례라는 점에서도 타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통합성과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 부경대에 따르면 입학생들의 수능성적이 통합원년이었던 97년에 비해 지난 2001년에는 1백30여점 상승했다. 대학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재정적 여유가 생겨 시설 등 교육투자가 늘었고, 새로운 추세에 맞는 신설학과 개설 등 자체 체질개선도 용이해졌다.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가 본격적으로 통합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정형찬 부경대 기획처장은 “10년 후면 학생이 모자를 것이라는 통계가 발표되고 국립대 법인화, 지자체 이양설이 나오는 등 대학시장 변화가 예상되던 때였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국립대 운영에서 손을 빼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적정 규모의 종합대학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라는 데 양 대학이 뜻을 같이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학이 적정 규모가 되면 첨단학과 등 다양한 학과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한 자체 구조조정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될 여건을 갖추게 되리라는 계산이었다. 통합 당시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는 각각 학생 8천여명, 1만4천여명 정도, 교수는 각각 2백여명 씩이었다. 학과 수는 각각 42개, 30개로 72개나 됐다. 이중 경영, 무역, 기계공학, 법학과 등 중복학과가 13개에 달했다. 부경대는 이들 13개 학과를 비롯, 대학본부 8개과, 연구소 5개를 포함한 부속시설 10개를 감축한 것을 비롯해 4개 단과대학, 1개 대학원을 통폐합하고 8개 본부 보직과 15명의 일반직원 등을 감축했다. 학부 신입생 정원은 1백10명, 편입 정원은 5백20명을 줄였다. 부경대의 구조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존 학과를 통합·슬림화하는 한편 새로운 과를 신설했다. 최근까지도 이같은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개별 학부로는 규모가 너무 컸던 화학공학부에서 정원을 40~50명 감축해 관광경영, 생태공학과 등을 신설했다. 하지만 통합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특히 연구중심대학이던 부산수산대가 개방대학이던 부산공업대와 통합해 오히려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는 우려로 교수 등 구성원들의 반발이 높았다. 통합과정에서 진행된 직원 인력 감축도 한참 문제가 됐다. 양 대학의 정서차이에서 비롯된 불협화음은 아직도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다. 대학 차원의 정책 수립시 출신 대학별로 교수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그럼에도 통합 이후 7~8년이 지나는 동안 부경대는 대체로 통합이 발휘한 ‘시너지 효과’에 만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소규모 특수대학에서 일반대학으로 확대되면서 누린 통합의 효력이 비슷한 규모의 일반대학들까지 몸을 사리게 만드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통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정 처장은 “최근 전반적인 대학 위기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가 차즘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보다 전략적인 측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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