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ㆍ부경대ㆍ공주대 등 흡수통합 성공 평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가 다가오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대학은 통폐합이라는 높은 수위의 구조조정을 감행,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대학사회의 향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학간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은 보통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교직원, 학생, 동문, 지역사회 등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관이 행할 수 있는 구조조정 단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분류될 정도. 그럼에도 대학간 통폐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것은 국내 대학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2학년도 대입에서 4년제 대학들은 모집정원 38만3천5백33명 중 7%에 달하는 2만7천1백82명을 채우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도 미충원 인원 1만2천8백97명보다 배 이상 많은 규모로 역대 최고치였다. 그러나 올해야 말로 ‘역대 최고’가 될 전망이다. 학생모집이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꼽히는 호남지역의 경우 각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전문대인 A대학이 정원의 35%, B대학이 50%, C대학 39%의 충원율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4년제 D대학도 모집정원의 10%를 채우지 못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이달 말 각 재학생 등록기간이 마감되면서 또다시 술렁이기 마련이다. 재학생의 상당 부분이 타 대학 편입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이같은 위기를 미리 감지한 일부 대학은 이미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통폐합을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섰다. 95년 경상대(경상대+통영수산전문대), 97년 부경대(부산공업대+부산수산대), 2001년 공주대(공주대+공주문화대)에 이어 올해 초 학교법인 성심학원은 법인 산하에 있던 전문대 성심외국어대학을 일반대인 영산대에 흡수 통합시켜 화제가 됐다. 이밖에도 경상대·창원대, 여수대·순천대, 목포대·목포해양대, 강릉대·삼척대 등은 한 때 통폐합을 추진했거나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결과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는 통폐합 논의의 특성을 고려하면 물밑접촉 단계에 있는 곳도 상당수에 이르리라는 짐작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앞서 대학간 통폐합을 완성한 바 있는 대학에는 추진사례 및 경과를 문의하는 대학 관계자들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추가 통합을 위해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간 통폐합을 통해 구조조정을 완성한 대학들은 대체로 결과에 만족하는 편이다. 정형찬 부경대 기획처장은 “통합 이후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들고 자체 구조개혁도 수월해지는 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대학간 통폐합은 구성원들이 위기감을 피부로 느낄 때만 가능한 만큼 지방사립대 등 위기에 직면한 대학의 통폐합은 지금이 최적기”라고 주장했다. 대학간 통폐합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금배 공주대 기획처장은 “통합 이후 재정 규모 확장 등에 따라 내실화를 꾀할 수 있었다”며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통폐합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봉섭 한국대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현 제도에서는 사립대학간 통폐합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법인 해산에 대한 보상 등 사립대의 퇴로를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간 통합의 실효성에 대한 불신도 제기됐다. 지난 99년 통합 불발을 겪었던 이철 강릉대 기획처장은 “단순한 대학간 통폐합만으로는 대학의 체질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인력 조정 등 방만한 조직을 조정하는 적극적인 시도가 병행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통합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학간 통폐합을 통해 거대 규모의 대학이 고등교육시장을 잠식하는 식의 구조조정은 대학간 특성화를 강조하는 것과는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삼척대 한 관계자는 “통합에 의한 규모로 살아남기 보다는 특성화를 통한 슬림화를 통해 알차게 살아 남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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