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본때 보여주자’는 말 흘려들어선 안 돼
[사설]'본때 보여주자’는 말 흘려들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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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14일 만에 자진사퇴하자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의표명 60일 된 총리를 유임하는 등 국정이 어수선하다. 사의가 받아들여져 물러나기로 한 총리를 다시 유임해야 하는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국민들은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여기에 부총리를 겸임할 교육부장관을 후보자의 자격논란이 일면서 오는 7월 9일로 예정된 청문회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이 와중에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대전 유성에서는 전국 4년제 202개교를 회원교로 두고 있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전국 150여개 4년제 대학총장들이 모인 가운데 총장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날 대정부건의안을 발표했다. 대학총장들이 작심한 듯 정부의 대학의 구조개혁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도 가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노석균 영남대 총장은 대학들은 대학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은 하면서도 현행 교육부 중심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평가방식에 대해 대학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발전 비전 없이 정원감축만을 위해 전문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강제적 관료적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총장의 주장대로 대학과 지역특성을 무시하고 동일한 기준과 지표로 국·공·사립대를 일렬로 줄 세우기하고 정부 정책에 조금이라도 비협조적이면 정부재정지원을 미끼로 불이익을 주는 현재의 교육부 통제중심의 구조개혁은 대학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지방사립대 총장은 “교육부 국과장의 말 한마디, 공문 한쪽에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대학총장이라는 자리가 부끄럽고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탄식했다. 이 총장은 “LINC사업, 특성화사업, ACE사업 등 걸려있는 것이 하도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 다 한다”며 “대학사회의 자율성이 없어진지는 오래”라고 말했다.

정부부처 고위관료 출신의 한 총장은 교육부 관리들의 오만함과 군림에 대해 “더 이상 참지 못 하겠다”며 “도대체 장관은 무엇을 하는지 대학사회가 이렇게 피폐해지도록 뒷짐만 지고 있냐며 다음 총선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며 흥분했다.

또 다른 총장은 “정부재정지원사업 선정여부도 모르는데 향후 정원감축안까지 확정 발표했다. 만약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탈락하거나 정원감축으로 인한 등록금 액수보다 정부지원이 적으면 대학을 지휘할 명분이 없다”며 “솔직히 빨리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까지 말했다.

무엇이 대학사회를, 대학총장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대학 관계자들은 국회와 언론의 대학사회에 대한 무관심, 일반 사회의 대학사회를 보는 편향된 시각, 여기에 편승한 교육부의 몰아부치기식 행정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국회와 언론은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대학구조개혁의 당위성과 부실대학 퇴출이라는 큰 그림만 보고 교육부를 채근해 왔다. 국회와 언론, 일반 사회가 대학을 부패집단이나 개혁이 필요한 조직으로 몰고 가니 교육부는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현장을 취재해보면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학교수와 직원들은, 지방대학의 경우 거의 초죽음 상태다. 상황이 나은 수도권의 규모가 좀 있는 대학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사회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부러움의 대상은 아니다.

다음 총선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교육부는, 청와대는, 대통령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대학을 지금처럼 피폐해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총리는 유임됐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논란 속에 임명장을 받았다. 부총리도 청문회 결과에 따라 교육부 장관직을 수행하게 된다. 만약 청문회 통과가 안 되더라도 누군가는 교육부장관으로 오게 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새로 부임한 교육수장들은 대학구조개혁과 고등교육정책방향의 전체적인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이 부분만큼은 대통령이 한번만이라도 만기친람(萬機親覽)할 필요가 있다. ‘대학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 이기 때문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날 대교협 세미나에서 대학이 ‘창의기반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대학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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