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환(본지 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교수)

최근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선정결과가 발표됐다. 모두 133개 대학이 신청해 65개 대학이 선정됐는데, 교육부 발표자료에서 보듯 평가 기준이 정성적이다. 다시 말해 주관적인 성격이 다분한 것이기에 결과 자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사업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생겨나고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싶지 않은 정부가 어디에 있으랴만, 2000년대만 해도 학생부 반영비중 확대, 수능성적 원점수 없는 등급 제공, 특수목적고 동일계 특별전형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최근에도 대입전형 간소화, 선행교육 규제 등의 정책적 조처가 이루어졌다. 이런 다각적인 노력이 일정부분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킨 것도 사실이지만, 그 정상화의 수준이 국민들의 일반적 요구 수준을 크게 밑돌았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이루어진 정책적 조처는 공교육 정상화를 부르짖으면서도 대체로 두 가지 함정을 피하지 못했다. 하나는 선행교육 규제 정책처럼 공교육을 규제함으로써 오히려 사교육에 힘을 실어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차제의 사업처럼 명목과 달리 실제로는 사교육 억제에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공교육 정상화가 충분히 담보되지 않는 경우다. 후자가 착시현상이 있기 때문에 전자보다 더 깊이 있는 주의를 요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교육이 억제되면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라는 명제를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이 억제된다’라는 명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교육이 방지되면 자동적으로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자연스럽게 사교육이 근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교육의 정상화는 각종 정책적 규제가 아니라 철두철미하게 ‘공교육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왜냐하면 공교육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여지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개선의 필요성이 뚜렷하다.

지원대학 선정의 주요 평가기준인 수능최저기준 폐지, 학생부 전형 확대, 대학별 고사 폐지 등은 모두 대입전형과 관련된 것으로서 공교육 정상화에 앞서 사교육 억제를 직접적인 과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고교교육 정상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면, 무엇보다 고교와 대학의 협동과 연계의 정도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주입식 암기교육보다 토론식 논술교육이 좋지만 후자를 현실적으로 고등학교가 감당하기 힘들다면, 고등학교와 연계해 논술강의를 하고 논술교사를 양성하고자 하는 대학이 더 나은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재정지원금의 배분도 문제다. 차등 배분이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엇비슷한 전형을 평가해서 30억 원에서 2억 원까지 15배의 차이를 두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다. 재정지원 기간의 문제도 있다. 지원금 사용 기간이 8~9개월에 불과해서 사업이 졸속하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재정지원 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끝으로 재정지원의 대상도 신중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교교육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할 텐데, 그렇다면 고교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의 확대가 시급해 보인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문제는 사교육 방지에 앞서 공교육 정상화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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