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학교를 정상화하라고 파견한 임시이사들이 오히려 혼돈 속으로 끌고 가고 있다. 대구대 이야기다. 4차례나 열린 임시이사회는 홍덕률 전 총장 임명이라는 핵심 결정을 미룬 채, 변죽만을 울리고 또 끝이 났다. 그런 임시이사회에는 경쟁대학의 교수가 3명이나 이사로 포함돼 있다. 경쟁대학의 교수가 대학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현실 속에서, 조속한 총장 임명을 요구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대학 교수, 직원, 학생들의 심정은 참담할 따름이다.

대구대 학교법인 영광학원의 임원 전원에 대한 승인취소가 결정된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구성원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구성원들은 임시이사회가 기존 이사회의 파행으로 인한 준예산 체제와 대구사이버대 총장, 2개 특수학교 교장의 공백사태를 끝내줄 것으로 믿었다.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임시이사회는 학교 정상화를 위한 핵심 사안인 홍 전 총장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3명의 이웃대학 교수가 이사로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성과없이 시간만 흐르자 자존심 상해하는 학생과 교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사장은 중립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이지만 대구대에 이웃해 있는 대학의 교수이기도 하다. 이사장을 제외하고도 이사 2명이 이웃대학이면서 동시에 대구대처럼 사립대 교수들이다. 여러모로 경쟁대학이라고 볼 수 있는 이들 대학의 교수가 사실상 대구대의 운명을 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 대구대 관계자는 “홍 전 총장이 임명되고 정상화 작업이 착착 진행되면 상관이 없겠는데, 핵심 사안에 대한 결론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타 대학 교수들이 포함된 이사회를 바라보는 대구대 구성원들의 자괴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홍 전 총장은 지난해 대구대 구성원들이 직접 선택한 총장이다. 지난해 9월 총장선거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1차투표에서 과반으로 재선을 확정지었다. 대학총장 선거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압도적인 지지였다. 재임 당시 교육역량강화사업과 LINC사업 등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휩쓸며 대구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성원들이 더 크게 상처받기 전에 홍 전 총장의 임명을 포함한 정상화 작업이 조속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밖에서 보는 기자의 눈으로 볼 때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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