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낮은 보수ㆍ사직종용

1년 반 동안 매달 80여만 원의 보수를 받으며 일하던 한 교수가 터무니없이 낮은 급여에 반발,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일부 대학이 경영난을 이유로 교수들에게 사직을 종용하거나 상식 밖의 낮은 보수를 지급하는 등 교수 계약·연봉제 악용 사례가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경과 = 경기도 용인 소재 ㅈ대학원대학교에 재직하던 이모 교수는 “사학연금부담금 공제 기준으로 활용되는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그동안 미지급된 급료를 지급해 달라”며 지난 2일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급여 등 청구의 소송’을 냈다. 이 교수가 대학으로부터 받은 급여는 연봉 1천2백만원. 조교수로 일하며 본봉 60만원, 연구비 15만원 등 매달 1백만원을 지급받았다. 연금부담금 등 공제액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80여만원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대우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ㅈ대학이 설립인가를 받던 지난 2000년 9월 연봉 2천만원에 전임강사로 초빙됐다. 그러나 계약기간 1년이 지나자 대학 측은 기존 보수의 절반 가량인 연봉 1천2백만원을 제시했다. 이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이 교수는 학교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직급은 전임강사에서 조교수로 승진했지만 보수는 대폭 감축됐다. 지난해까지 1년6개월 동안 이같은 조건으로 재직하던 이 교수가 돌연 반발, 소송까지 제기하게 된 것은 ‘강의 내용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는 이유로 이사장이 사직을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가을학기에는 강의배정도 받지 못했다. 보수가 턱없이 낮아지고 끝내 사직종용까지 이르자 이 교수는 “대학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자격있는 교수를 채용했다가 인가를 받은 후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자 내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급기야 이 교수는 2월말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급여 등 청구의 소송’을 제기했다.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3조 ‘교원의 대우를 공무원인 교원(교육공무원)에 준하여 지급하여야 한다’는데 근거한 것. ‘적정보수’는 사학연금관리공단이 연금부담금 수납 및 지급액 산정을 위해 정한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대학당국은 냉담하다. 교육부는 지난달 이 교수가 진정을 내자 학교측에 문제를 이관하며 대학과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해석했다. 대학은 “사학연금관리공단의 보수월액은 연금지급 등을 위해 임의로 정한 것일 뿐 실제 학교의 급여와는 하등 관계가 없고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조항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는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의미 = ㅈ대학 이모 교수의 문제 제기는 최근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ㅈ대학은 이 교수의 보수 삭감 이유로 경영난을 꼽았다. “교원의 수가 두배로 늘어 학교의 인건비 부담이 배가됐다”는 것. “동의를 얻어 시행한 정당한 절차”라는 주장이다. 반면 이 교수는 “학교를 그만두느냐 월 1백만원의 급여를 수락하느냐 양자택일을 강요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마지못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계기로 앞으로 대학의 경영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으로 교수가 되기 위한, 교수직을 유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대학은 신임교수 채용시, 대학에 기부금을 내는 의미에서 1년간 무급으로 일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제2, 제3의 이 교수가 탄생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하지만 대학 당국은 교원보수 수준을 강제하는 법 규정은 없다는 입장이고, 교육부도 관망하고 있을 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김제남 교수노조 사무국장은 교수계약제 수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교수 계약제는 원칙적으로 교원지위법정주의에도 배치된다”는 해석이다. 대학의 경영난과 교수계약·연봉제가 맞물리면서 터무니없는 교원 대우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교수노조에도 신설 ㅅ대학 등에서 이같은 사례들이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이 교수의 문제제기는 대학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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