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정치가가 기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실상 그 기대를 실현시켜주는 이를 찾기는 어려웠다. 우리 시대에 그런 정치가를 만날 수 있을까. 역사정치학자 진덕규 교수와 함께 이 시대의 진정한 정치가의 역할과 모습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정치가의 개념

“위대한 정치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우리들 모두의 오랜 숙망이다. 그런 정치가와 같은 시대를 사는 것도 행운이다. 무능하거나 “사악한 정치가”를 만나면 세상은 진창이 되고만다. 이런 세상에는 거짓말이 난무하고 도둑들이 활개 친다. 사람들은 방종과 자유를 구분 하지 않고 일탈로만 치달리며 외설적인 것이 예술의 옷을 입는다. “위대한 정치가”와 “사악한 정치가”의 중간쯤에는 “좋은 정치가”와 “무능한 정치가”가 있다. 그러니까 정치가의 순위는 위대한 정치가, 좋은 정치가, 무능한 정치가, 사악한 정치가로 그 순서가 매겨질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정치가의 선택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위대한 정치가나 좋은 정치가”를 멀리하고 무능하고 사악한 정치가를 옹립하면 그 앙화는 수 세대로 이어지고 끝내는 모두가 “배신 받는” 신세로 전락되고 만다. 그렇다면 정치가란 어떤 사람일까? “정치가는 권력을 잡기 위해 직업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서는 정책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주장해도 그것은 그냥 해보는 말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의 재물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세상이 다 아는 거짓말이다.

2. 정치가의 자질

역사에서 “위대한 정치가”의 기록은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 사람들이 다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앞장서서 헌신하는 지도자”를 말한다. 좋은 정치가는 새 시대까지는 아닐지라도 사람들이 그냥 편안하게 살도록 돌봐주는 지도자다. 그래도 정치가라면 위대한 정치가로 올라서기 위해 끊임없이 다짐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정치가로서의 기본적인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로 시대와 세상에 적실성을 지닌 정치이념을 가져야 한다. 물론 정치가들은 대부분 국가발전이나 국민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 그것은 실천성이 결여된 한두 가지의 선전적인 표어일 뿐이다. 정치이념이 아니라 한낱 선전문구에 불과하다.

둘째로는 그런 정치이념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수단의 동원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들 이념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도 먼저 지도자 자신의 강건한 체력이며 판단 능력, 집요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적대세력을 포용할 열린 마음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자질과 능력은 천부적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자신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얻어질 수 있다.

셋째로는 변화무쌍한 세상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의성도 발휘해야 한다. 정치는 대부분의 경우 “시간과의 싸움”이다. 신속함과 정확성이 더 없이 중요하다. 쓸데없는 장고는 무능한 정치가의 특징적인 병폐일 뿐이다. 확고한 정치이념, 실천적인 동원능력, 시의적절한 대응성이야말로 정치가의 기본적인 자질이다.

3. 역사에서 위대한 정치가는

흔히 “위대한 정치가”라면 전쟁에 이겨서 영토를 넓히고 웅장한 대궐이나 성곽을 건축했거나, 통치권을 강화한 “영웅적인 지도자”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정치가야말로 무자비하게 통치권을 행사했던 한낱 폭군일 수도 있다. 그런 세상은 대부분의 경우 지배자나 통치세력의 영광과 환락만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판이 되었을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 잔치판을 위한 노역자로 동원되었고. 거듭 말하거니와 사람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은 지도자는 무능한 지도자다. 전쟁을 막지 못해 침략군에 희생당하게 한 정치가도 무능하거나 사악하다. 물론 평화와 번영은 강대국이나 적대세력에게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님도 분명하다.

어쨌거나 여기서는 먼저 역사적으로 위대한 정치가를 살펴보기로 하다. 이들에 대한 선정은 시대나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알렉산더대왕(Alexander, the Great, 356 - 323 BC), 카이사르(Julius Caesar, 100 BC - 44 BC),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 - 1821) 등을 위대한 지도자로 거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쟁에 승리한 정복자로 일세를 풍미했으며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물론 이들은 “전쟁 없는 세상을 일구기 위한 마지막 전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흔히 1850년대 이전까지의 시대를 기준으로 위대한 지도자를 고른다면 다음 5명을 그 반열에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솔론(Solon) (2) 페리클레스(Pericles) (3) 아우구스투스(Augustus) (4) 샤를마뉴 대제(Charlemagne) (5)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1)가 곧 그들이다. 이제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 진덕규 교수는 ...
이화여대 명예교수. 역사정치학자. 현재는 (재)한국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정치의 역사적 기원>, <한국현대정치사서설>, <한국정치와 환상의 늪>, <권력과 지식인>, <민주주의의 황혼> 등이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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