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맞아 정치수배 해제 기원...사이버자키로 나서

수년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은둔생활을 청산하고 인터넷 라디오 방송 사이버자키로 나섰다. 주인공은 송용한(고려대 서창ㆍ97년 한총련 충남지역 간부), 유영업(목포대, 97년 한총련 의장권한대행), 이산라(2001년 단국대 총학생회장) 군. 송용한, 유영업 군은 지난 97년부터 7년 동안 수배 생활 중으로 한총련 소속 수배자들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숨어 지내고 있다. 셋 중 수배기간이 가장 짧다는 이산라 군도 3년째다. 정치수배 해제의 봄을 기다리며 이들 삼총사가 개국한 방송은 ‘새봄’(saycast.sayclub.com에서 ‘새봄’ 검색). 여기서 이들은 각각 기획제작(유영업), 사이버자키(송용한), 기술ㆍ음악(이산라) 역을 나눠 맡았다. 오랜 수배생활 끝에 주민등록이 말소돼 사촌 여동생의 주민등록번호를 빌려 가입해야 했지만 매일 밤 10~12시까지 황금시간대를 공략하기로 했다. 스튜디오는 얼마 전 공개활동을 선언하며 연세대 학생회관 내에 마련한 3평 남짓한 사무실 겸 생활공간이다. 방송 장비는 데스크탑 PC와 헤드셋, 기타 그리고 맑은 목소리와 열린 마음이 전부다. ‘새봄’은 지난달 25일 새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대통령 특별사면을 통해 정치수배해제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전국 1백85명의 한총련 관련 정치수배자들과 가족의 마음을 모았다. “쫓기는 신분인 우리들의 사연이나 아픔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었어요. 인터넷 공간이 적당하겠다 싶었고 커뮤니티, 이메일, 채팅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다가 좀더 참신하고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유영업) 수배자의 신분으로 공공연히 라디오 방송을 하겠다는 발칙한 발상은 유영업 군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유 군은 ‘라디오21’, ‘민중의 소리’와 세이클럽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듣고 가닥을 잡아갔다. ‘새봄’은 하루를 정리하고 편안하게 삶과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꾸려가는 게 목적이다. 격조 있고 편안한 음악이라면 대중가요든 민중가요든 가리지 않는다. 더불어 인권에 대한 문제도 짚어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얼마 전에는 양심수 박경순 씨 사연도 시리즈로 다뤘다.
“수배자가 인터넷 방송을 한다는 것 자체를 참신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투르게 하는 데도 애청자들이 많이 생겼어요. 신기하죠? 한번은 방송 중에 시스템이 불안정한 것 같다고 얘길 했는데, 부산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청취자가 직접 상경해서 사운드카드과 서버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에요.”(송용한) 개국 당시 10명 규모로 시작한 청취자는 10여일이 지난 현재 50~60명 규모. 계속 늘고 있다. 고교생, 주부, 직장인,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상투적이지 않은 멘트로 청취자 공략하기. 사이버자키로 나선 송 군의 고민이다. 처음에는 직접 방송대본을 작성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지만 ‘전문방송인’ 경력 10일쯤 지나고 나니 기본 콘티만 가지고도 진행이 가능해졌다.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은 필수다. ‘새봄’의 진행은 그다지 세련되지 않다. 사이버자키가 매끄러운 화술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음향이 완벽하지도 않다. 스튜디오로 쓰는 사무실에 수위 아저씨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언제 불 끌거냐” 얘기를 해도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새봄’ 삼총사는 동네 형, 아저씨 같은 평범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오히려 장점으로 내세운다. 수배자로 지내고는 있지만 별다를 게 없는 청년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직접 기타 반주에 노래도 부른다. 단국대 법대 노래패 출신 이산라 군은 벌써 팬클럽 조짐까지 보이고있다. “방송은 정치수배가 해제되는 날까지만 할 계획입니다. 수배가 해제되는 그날 청취자들을 모시고 대대적인 특집방송을 몇회 진행할 거에요.” (이산라) 이들 ‘새봄’ 삼총사는 발전적 해체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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