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과에 따른 과원", "학생모집 어려워"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지방대학 경영난이 구조조정 차원의 교직원 인원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는 임용기간 만료 시점을 남겨둔 교수들에게도 적용되고 있어 교수들의 신분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최근 지방 소재 전문대학에서 불거진 구조조정에 따른 교수 해임 사례를 취재, 이를 중심으로 지방 전문대학의 구조조정 실태를 점검했다.
<사례 1> 폐과로 인한 과원으로 해임-김종렬 가톨릭상지대학 교수 김종렬 교수는 최근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가톨릭상지대학(경북 안동 소재)에서 해임됐다. 사유는 ‘폐과’에 따른 ‘과원’. 그러나 김 교수는 대학 측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지난달 교원징계재심위에 재심을 청구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학과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99년까지 김 교수가 몸담고 있던 공예디자인과는 대학의 계열 통합 방침으로 산업디자인계열 실내장식조형 전공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학교측은 다시 학과제로 방침을 전환했고 기존의 실내장식조형전공을 폐지하는 대신 실내디자인과를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지난달 김 교수를 폐과에 따른 ‘과원’으로 해임했다. 류강하 학장 등 학교에 따르면 신설된 실내디자인은 ‘건축’의 개념이 강화돼 기존 전공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는 것이다. 류 학장은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할 때면 교수들은 자기 전공을 포기하지 않고 이쪽저쪽에 맞춰 넣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학원 정체성이 무너진다. 학생들이 ‘실내 디자인’ 교육받으러 왔지 ‘금속·도자기 공예’ 배우러 온 것이 아니잖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폐지된 전공과 신설된 학과의 교과과정이 거의 같아 폐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실제로 김 교수가 제시한 2003학년도 교과과정표에 따르면 기존 전공과 신설학과간의 교과과정 차이는 거의 없었다. 김 교수 해임 논란의 핵심이 ‘폐과’의 진위여부에 모아지고 있는 만큼 내달 초쯤 발표될 판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류 학장은 “법원 판결 등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향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례 2> 학생정원부족 이유로 자진 사퇴 종용-ㅂ대학 김모 교수 등 전북 김제시 소재 전문대학인 ㅂ대학은 최근 경영난으로 인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인력 절반 가량으로 감축하기로 하고 일부 교직원들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해 교직원의 반발을 사고있다. 이 대학의 구조조정의 배경은 재정악화로 인한 경영난. ㅂ대학 관계자는 “학생 모집이 안 된 학과 교수와 직원 몇 명에게 ‘학교 사정을 헤아려 스스로 사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학생이 없는 과에는 강의 시간 자체도 나지 않는데다가 기존에 직원 두 명이 할 일을 혼자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량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학은 지난해 10월 경영악화로 교수 1인당 3백50만원~5백만원 가량의 연구비를 삭감한 데 이어 급기야 지난달 20일경 개별접촉을 통해 일부 교직원들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구조조정 대상자가 11명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달까지 5명의 교수가 대학을 떠났다. 대학과 교직원들에 따르면 대학은 교원 29명, 직원 25명(임시직 10명 포함) 중 절반 가량을 감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교수들은 대학 측의 조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칙과 기준 없는 인사'라는 게 해당 교수들의 입장이다. 재임용 기간을 1년 이상 앞두고 사퇴를 권고받은 김 모 교수는 "평소 재단에 밉보였던 사람들 위주로 잘라내려 한다"며 "학과 통폐합에 따른 과원이 생길 때 임용취소를 가능하게 한 사립학교법 57조 조항에도 위배되는 경우"라고 주장했다. 김 모 교수 등은 현재 수업배정을 받지 못한 상태로, 오는 17일 이후 대학에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정면 대응할 방침이다.
재임용 기간 관계없이 성역없는 구조조정 지방 소재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학생 수 감소를 빌미로 한 교수 해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수년 전부터 예상돼온 일이었지만 2003년 대입정원역전 현상과 함께 현실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폐과 등 구조조정을 위한 인원 감축 움직임은 문제가 된 가톨릭상지대학 김종렬 교수(임용기간 만료 2007년)와 ㅂ대학 김모 교수(2004년)처럼 임용기간 만료 시점을 한참 남겨둔 교원들이나 직원들에게까지 성역 없는 차원에서 진행돼 대학가의 이슈로 떠올랐다. 교수노조에 따르면 대학들은 1명을 정리하는 대신, 신규인력 4~5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정년보장 교수들을 주요 감축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폐과나 정원축소 등을 악용해 교수를 정리할 것을 예상하고 신임교수를 채용한 후 감원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종렬 교수의 경우 폐과 진위여부를 문제의 핵심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학 경영난 타개 위한 방편” 그러나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경영난이 현실화되는 만큼 대학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가톨릭상지대학 류강하 학장은 애초에 김 교수가 속했던 ‘공예디자인과’를 계열로 통합했던 이유에 대해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학생 모집이 점차 어려워지는 가운데 학생과 기업 등 수요자에 맞는 교육과정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교수들에 따르면 이 대학의 경우 올해 모집정원의 83%를 넘는 학생이 등록해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위기감을 떨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교수 60명을 40명 선까지 정리해야 한다는 소문이 학내에 파다했다. 보다 노골적인 인원 감축을 시도하는 ㅂ대학 역시 심각한 학생모집난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ㅂ대학은 올해 신입생 정원 1천1백40명의 40%에도 못미치는 4백여명을 모집하는데 그쳤다. 대학이 직접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감축 대상 교원은 11명 정도로 알려졌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 수준(정규직 15명, 임시직 10명)의 절반으로 감원한다는 말도 나돌았다. “마구잡이식 설립인가, 교육부 책임 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교육부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학생 수 부족사태가 뻔히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마구잡이식으로 설립인가를 내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종렬 교수는 “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왜 교수들이 책임져야 하느냐”며 “교수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정책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상익 교수노조 위원장 역시 교육부에 일차적인 책임을 돌렸다. “그동안 전문대의 열악한 상황을 방조, 조장했다”는 것. 전문대학 경영진들에게도 일갈했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80명이었던 그동안의 전문대학 상황이 잘못됐던 것이라는 논리. 학생 수가 줄면 교육여건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오히려 대학 경영진들이 그동안 1대80 구조에서 과다하게 이익을 취했던 것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황 위원장은 또 “폐과의 경우에도 위장폐과가 대부분으로 재단에 미운털이 박힌 교수들을 내쫓는데 이용되고 있다”며 “전문대학교수협의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