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경쟁 체제서 개방은 대세"

이달 말로 예정된 양허안 제출 기한이 다가올수록 시민단체는 교육개방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방이후 직접적인 영향권하에 놓인 대학 당국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여 대조됐다. 본지가 지난 20일 교육개방에 대한 대학본부 관계자들의 시각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전반적으로 국제적 경쟁 체제하에서 개방은 대세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적극적인 환영도, 극렬한 반대 의사도 없다. 대학 관계자들은 “아직은 교육개방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학 교육개방의 내용을 분석, 본격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의 움직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국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회장 송영출 광운대 기획처장)가 올해 초 가진 세미나에서 ‘고등교육의 시장개방과 대학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초청강연을 하는 등 공론화를 모색했지만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향후 대책 모임 등도 조만간 계획된 바 없다. 강연을 맡았던 주삼환 충남대 교수는 “몇몇은 절실한 반응을 보였지만 대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우리의 경우 항상 닥친 후에 생각하기 때문에 당황하게 되지 않았느냐”며 “교육의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관료와 대학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리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개방의 결과에 대한 전망도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고등교육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여건상 외국의 유명 대학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조봉희 수원대 기획처장은 “개방이 대세라고 하면 어느 선까지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교육개방은 상품개방과는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며 “수도권이나 지방 모두 대학들은 지원률 급감, 학력저하 등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반면 백승규 순천향대 기획처장은 “등록금 등 국내 대학과의 가격경쟁력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외국대학이 진출해도 실익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MBA 등 특수대학원이 주요 진출대상이 될텐데, 그쪽은 이미 우리 시장이 아니라고 보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김종순 건국대 기획조정처장은 “개방에 따라 교육의 시장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대학이 경쟁에 내몰리면 그동안 시장성이 없음에도 공익적 측면에서 유지하던 학과 등을 다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렇게 되면 장기적 파급효과는 대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또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국가 및 사회적 지원 없이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국내 대학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기초학문에 대한 국가의 특단의 지원조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대는 이례적으로 대학 차원에서 대처하기로 했다. 조선대는 이번 학기 중에 교수 연구팀을 발족해 교육개방의 영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국내 자원 고갈 문제가 우선…교육개방에 신경 쓸 여력 없다" “국내 자원고갈이 더욱 시급하다. 교육개방에 신경 쓸 여력 없다.” 교육개방에 따라 외국 대학의 국내 진출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은 학생수 감소에 따른 위기까지 진퇴양난의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줄어든 학생들을 한명이라도 더 뽑기 위해 국내 대학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져 ‘공동의 적’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 A대학 기획처장은 “교육개방에 대한 준비를 해야하긴 할텐데 지금은 ‘국내 자원고갈’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게 현실”이라고 고백했다. 이 같은 여건에서 B대 기획처장은 “과도한 수준의 교육개방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단위의 협의회 차원에서 나선다면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항전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뒤따른 C대학 기획실장의 지적은 이를 무색하게 했다.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전 같은 분위기 느낄 수 없다. 서로 말로는 할 수 없는 무엇인가 있다. 지역 대학간 갈등도 있고 협조도 원만하지 않다. 공동의 대안마련은 사실상 힘들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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