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 교육을 위해 한 번 하기도 힘든 이사를 세 번이나 했다. 홀로 된 어머니가 처음 자리 잡은 곳은 공동묘지 근처. 곡(哭)소리가 완연한 이 곳에서 장사(葬事)놀이에 빠진 어린 맹자를 보고 어머니는 미련없이 짐을 쌌다. 다음 살게 된 곳은 시장 근처. 온 종일 물건 값 흥정소리가 즐비한 이곳에서 맹자가 장사꾼을 흉내내자 어머니는 또 한 번 짐을 쌌다. 그리하여 오게 된 곳이 글방 근처. 이곳에서 맹자는 제사나 절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며 예법에 관한 놀이를 하자 어머니는 그제서야 정착했다.

작금의 고등학교 현장의 ‘교사’는 현대판 맹자 어머니다. 2015학년도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교사의 역할이 대입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라 하니 거꾸로 말하면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대입 운명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지난 4월 교육부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방지하고자 학생부 종합전형의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에 외부스펙을 기재하면 0점 처리토록 하는 정책을 내놨다. 더불어 0점 처리되는 외부 수상실적 리스트를 명시ㆍ배포했다. 서류를 준비하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교육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입학처장도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채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음해에는 절대로 입학처장 안할 것”이라며 올해 입시의 대혼란을 예감한 듯 난색을 표했다.

문제는 교사의 진학지도 스타일에 따라 학생의 대입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선 고교 현장에서 고3의 진학을 담당하고 한 교사는 “학생부를 기록할 때 외부스펙은 철저하게 배제하도록 돼 있지만 교묘하게 혹은 이른바 꼼수를 부려서 자소서와 추천서 작성시 외부스펙을 반영하는 선생님도 있고, 원칙에 따라 아예 반영을 안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자소서에 외부스펙을 요령껏 기재하도록 지도하는 교사와 아예 외부스펙 기재를 원천봉쇄하는 교시 두 부류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는 세 번 이사라도 해서 아들의 면학분위기를 조성해 줬다면 지금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맞는 것일까. 입학에 도움이라고 될까 싶어 교육부 ‘금지어’를 제외한 외부스펙 기재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해야할지, 혹시라도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될까 외부스펙의 ‘외’자도 꺼내지 말아야 할지 진로지도 교사들은 고민에 빠져있다.

교육부가 외부스펙 기재 시 ‘0’점 처리에 따른 ‘자소서’ 기재방식의 기준을 내놓지 않는 이상, 이미 예고된 2015학년도 입시대란은 교육부 책임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곧 지난 4월 발표한 교육부의 어설픈 정책이 그려낼 혼란이 매서운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 억울한 수험생들의 대규모 소송전이 내년 봄바람이 불기 전 이미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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