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중원대 잇따라... 학점 짠 대학 오히려 득되기도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최근 대학들이 잇달아 성적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대학가 ‘성적 인플레’ 오명 탈피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 졸업생의 75.8%가 A학점을 받은 한국외대는 올 2학기부터 성적 평가 강화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 대학은 지난달 23일 홈페이지에 ‘성적평가원칙 변경 공고’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절대평가 허용 범위 축소 △재수강 성적평가를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경 △재수강 시 학점상한제 도입이 추진된다.

이 안이 적용되면 현행 수강생 20명 미만 기준인 절대평가 허용 범위가 15명 미만으로 줄어든다. 또 재수강생은 최대 A학점까지 허용되며 상대평가가 적용된다.

학생들은 당연히 반발분위기다. 이 대학 총학생회장 김범 씨는 “학생들도 대체적으로 성적 평가 기준 강화에 동의하지만 안이 너무 갑작스럽게 발표된 면이 있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시행 시기를 미루자는 의견을 학교 측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 총학생회 측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재논의 서명을 진행해 700여 명(오프라인 서명 600명, 온라인 서명 1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해 졸업생 A학점 비율이 70.2%로 4년제 대학 중 3위를 차지했던 중원대도 올해부터 성적 강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중원대 측에 따르면 기존 A학점 40%, B학점 40%였던 상대평가 기준이 올해부터 A학점 30%, B학점 40%로 바뀌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사실 학생들이 좋은 성적표를 갖고 졸업하길 바라는 게 대학 입장이다”라면서도 “고심끝에 성적 강화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졸업자 A학점 비율 100%를 기록했던 경남과기대는 통계의 오류를 지적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대학의 경우 2011년 1월 기존 ‘진주산업대’에서 ‘경남과학기술대’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어 같은 해 3월 일반대학으로 승격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우리대학은 공시연도에 3~4학년은 산업대생, 1~2학년은 일반대생 이런 식이었는데 4학년 편입생은 또 일반대생으로 포함돼 집계됐다. 이 편입생 몇 명이 A학점을 받은 것이 100%로 환산된 것으로 안다”며 “우리 대학 성적 평가 기준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대학들이 성적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성적 인플레’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점 평가 기준이 후하다는 것은 결국에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인데, ‘성적 후한 학교’ 꼬리표가 붙으면 이런 대학의 노력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오히려 성적 평가 기준이 깐깐하다는 것이 대학의 홍보 요소가 되기도 한다. 성적을 짜게 주는 대학이 곧 ‘공부 열심히 시키는 대학’이라는 이미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중앙대 커뮤니티에는 ‘우리학교 학점 짠 거 많이 홍보되고 있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5%이하 D학점 의무 규정, 재수강 시 B+학점상한제 등 여러 규정을 예로 들며 “‘우리 학교는 학점이 짜다, 학생들 공부 열심히 시킨다’ 이런 사항들이 대외적으로 홍보가 잘되고 있다면 전혀 불만이 없을 거 같은데 그런 게 아니니까 그냥 우리만의 싸움”이라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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