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푹 빠진 미국 대학생...홍보도우미 나서

“안녕하세요. **대학교입니다” 박람회장을 찾은 한명의 수험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각 대학 홍보도우미들의 들뜬 목소리가 박람회장을 메웠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 사이를 지나가던 여고생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쑥스러운 듯 키득키득 웃으며 재잘거린다. 시선이 멈춘 곳은 순천향대 홍보 부스. 빨간머리의 외국인 여학생이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순천향대로 오세요.” 순천향대 교환학생인 이브 마리 리틀 양(텍사스대 국제학 전공·23).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올 것 같은 이 발랄한 여학생은 지난 8월 한국에 첫발을 내딛은 미국인. 한국 이름은 ‘김혜수’다. 리틀 양은 ‘아시아’에 대한 관심만으로 한국행을 택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하더라도 방에 들어갈 때는 신을 벗어야 하는지 조차 몰랐을 정도로 한국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 푹 빠져있다. “한국을 너무 사랑해요. 소주가 좋아요” 엄지 손가락을 펴보이며 건네는 말이 서슴없다. 원래 계획은 다음달 중순쯤 한국을 떠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마음이 바뀌었다. 앞으로 1년쯤 더 머물면서 ‘한국’을 알아볼 참이다. “한국은 작지만, 너무도 다채로운 문화를 가진 나라. 사람들은 확고한 무엇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리틀 양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다. 이 발랄한 미국인 아가씨에게는 한국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박람회장에서 자신을 보고 부끄러워하면서 목을 움츠리는 여고생들을 만나고 짧은 인사를 나누는 것도, 용기를 내서 말을 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반갑기만하다. “그 자체가 ‘한국’”이니까. 박람회가 열리는 4일 동안 리틀 양은 한국인 홍보도우미들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여장을 풀었다. “일이 끝나고 밤에는 뭘 할거냐?”는 기자의 물음에 갑자기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즉석에서 게임을 선보인다. 자기가 한국 친구들에게 알려준 미국 게임과, 한국서 배운 007로 시간을 보낼 거라며.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