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교육 개선을 위한 평가 방향과 과제’ 고등교육 전문가 대토론회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교육부가 밝힌 대학원 질 관리 및 평가 방안에 대해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평가가 대학원 구조조정과 학생 수 감소 등과 연계될까 우려를 표했다. 평가에 대한 대학의 피로도를 지적하는 한편, 대학원 설립 형태와 계열에 따라 평가 방식이 달라져야 하고, 평가결과를 대학원에 대한 제재보다는 지원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준영)가 주최하는 고등교육 전문가 100인 대토론회가 16일 오후 3시 서울 가산동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학원교육 개선을 위한 대학원 평가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지난 5월 교육부가 각 대학에 보낸 ‘대학원(일반·전문·특수) 질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본지 6월 5일자 기사 참조>에 포함한 대학원 평가 방향과 방식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듣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주제발표는 교육부 대학원지원과 고영훈 사무관이 맡아 대학원 평가의 필요성과 추진 배경, 현황 및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지정토론자로 채재은 가천대 교수와 남보우 단국대 교수, 이영학 동의대 교수가 교육부 대학원 평가 계획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대학원 평가 목적 명확히 밝혀야”=교육부는 하반기에 대학원 연구·교육 실태조사 분석 및 정보공시 시스템 구축을 통해 대학원 질 관리 여건을 조성하고, 2015년도에 2단계로 대학원 평가제도를 시범 운영한 뒤 3단계로 2016년 이후에는 행·재정적 지원 등과 연계한 평가를 실시해 질 관리 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대학원 질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러나 평가 목적과 방식, 지표 구성, 평가결과 활용방안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채재은 교수는 대학원 평가와 관련해 검토해야 할 이슈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대학원 평가의 목적이 질 관리인지, 구조조정인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적에 따라 평가 형태와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채 교수는 “평가 목적이 질 관리 차원이라면 평가인증 방식이 적절하며, 대학원 구조조정 등 정부의 정책적 목표와 결합된다면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대학이 이를 준비할 여유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유현숙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목적이 질 관리인지, 대학원 구조개혁인지 설정해놓고 평가를 설계해야 한다”며 “만약 평가결과를 대학원 구조조정과 연계한다면 사전에 산업 인력 수급차원의 분석, 계열별로 인력상황 등을 점검하고 미래의 대학원의 비전과 교육목적 등을 그린 뒤 평가 방식을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황인성 대교협 경영기획팀장은 “평가목적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다수는 질보다 양적 구조조정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대학원 평가의 경우 자율적으로 질 관리 평가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양적 평가에 의한 구조조정이라고 예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고질적인 교수-대학원생간 권력구조 문제를 혁파할 수 있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폐쇄적인 학문 풍토와 중도 포기, 대필, 표절, 종속, 제1저자 바꿔치기, 무임승차 등 산적한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고 대학원 개선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질 개선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실태조사에 무게를 두고, 대학원생이 부당한 이유로 논문이 심사 안 되면 한국연구재단 등에 청구할 수 있도록 도피로를 만들어주는 등의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남보우 단국대 교수는 ‘느슨한 통제’를 통해 대학원 교육 및 운영 자율성을 보호하고 부실한 대학원은 퇴출하는 등의 엄격하게 제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남 교수는 “대학원 정원과 교육과 학위 질 등 설립요건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부실한 대학원을 폐지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대신 ‘도제방식’으로 제자를 교육한 대학원의 자율성은 창조능력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이다. 교육과 내용은 자율로 보호하고, 교육 여건과 운영, 성과의 형식과 내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영학 동의대 교수 역시 대학원 평가 모형이 국가의 대학원 정책방향을 구체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학원 평가를 진행한 뒤 평가 결과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학원대학 질관리 방안의 경우 대학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학부 질 관리 모형을 따르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반대학 대학원은 개별 전공의 학문적 수월성이 강조돼야 하므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과 대학원대학의 설립목적과 기능이 모두 다르다는 점, 전공 계열에 따라 특징이 다양한 점을 지적하며, 각 대학원과 전공 특성을 반영한 평가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수는 “내용 중심의 질적 평가가 이뤄지려면 정부가 할 지, 제3의 전문위원회에서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대학과 대학원 정원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질 관리 일종인데 또다른 질 관리를 하기 위해 법제화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원 규제를 풀든지 이대로 가거나 제3의 대안을 취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요자인 학생을 포함해 기업, 대학들의 평가도 반영돼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유현숙 위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대학원 선택 관련 만족도, 기업에서 졸업자(석사학위, 계열별) 역량 평가, 정부의 최소한 질적 수준 관리, 대학원의 자체평가를 통한 역량 제고 등을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평가결과는 재정지원을 연계해 선도적인 대학원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 확대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훈 사무관은 토론회 말미에 “지난 5월부터 대학원 평가에 대한 신호를 보내니 중앙대 등 일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들여다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적절하다고 본다”며 “평가에 대한 철학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평가방식 역시 향후 대학원 정책방향과 학위 종류, 대학원 설립유형 등과 연계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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