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비정규직' 파견직원 확산… ‘변칙 고용’ 지적

[한국대학신문 차현아·이재 기자] 대학가 청소·경비직원 등 비정규직 직원들의 권리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파견직 고용계약이 대학행정부서까지 파고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일부 사립대가 인력업체에서 파견한 파견직을 공공연하게 채용하고 있다. 교육기관인 대학이 앞장서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파견직 등 비정규직 직원의 증가가 대학행정의 비효율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기지역 A사립대는 약 70여명의 파견직 직원을 고용한 상태다. 이미 약 6년전부터 파견직 직원을 고용해 왔다. 이 대학의 정규직 직원은 220여명으로 정규직의 삼분의 일에 달하는 규모를 파견직으로 쓰고 있다. 대학이 직접 고용한 자체 계약직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규모가 500여명에 달해 정규직보다 두배 이상 많다.

파견직 직원의 고용자는 법에 따라 인력파견업체다. 월급도 인력파견업체에서 받는다. 근무지만 대학일 뿐 법적으로는 대학직원이 아닌 것이다. 처우도 대학직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A대에서 근무하는 파견직 직원인 B(29)씨의 한 달 실수령액은 약 130만원이다. 이들은 요청하지 않는한 월급명세서를 열람하기도 힘들고, 재직증명서는 받을 수 있지만 소속이 인력파견업체로 나온다. 근무지에서만 대학이름이 드러난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1년이다. 1년 뒤 평가를 통해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통상 2년까지 일하는 셈이다. 그러나 2년 뒤 정직원 전환이나 계약연장은 불가능하다. 지난 5월부터 A대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B씨는 “정직원 전환 여부를 물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대학가에서 이들의 고용을 늘리는 것은 경영효율화 때문이다. 정규직 직원이나 계약직 직원에 비해서도 임금이 낮다. 업무 지시 이외에는 대학이 파견직 직원에게 별도의 관리를 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대학 입장에서는 2년 이상 고용 뒤 발생하는 정규직 전환 의무도 없어 노무관리가 용이하다. 인사권자들은 해고가 어려운 전임직원 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 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려오고 있다.

파견직 직원의 업무는 주로 자료입력이나 학사관리다. 업무의 책임성에 차이만 있을 뿐 정규직 직원과 하는 일은 같다. 그러나 대학의 경영이나 정책결정에 직결되는 핵심부서에는 파견직 직원이 없다는 것이 대학가의 증언이다. 대신 단과대학이나 학과 사무실, 연구소, 일반행정부서에는 고루 퍼져있다. 서울지역 C사립대는 학군단 행정직원으로 파견직 직원을 고용했고, 평생교육원에도 파견직 직원을 채용했다. A대에서는 학과사무실마다 1~2명의 파견직 직원이 근무한다.

파견직 직원의 고용은 보통 업체가 먼저 대학에 접근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경영효율화가 필요한 대학과 파견직원을 연결시킴으로써 파견업체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파견직 직원을 고용한 대학은 최대 5개까지 업체를 관리한다고 털어놨다. 이 업체들이 면접을 거쳐 파견한 직원에 대한 면접을 재차 실시해 최종적으로 직원을 선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파견업체는 대학으로부터 파견직 직원 임금의 4.5%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개비 명목으로 지급받는다. 

법적으로 파견직 직원에 대한 지휘권한은 대학에 있다. 도급계약과 달리 행정부서의 부서장이 파견직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대학 측이 파견직 직원에 대한 업무 평가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평가가 이뤄지는 ‘변칙’도 존재하고 있다. 대학 측의 평가가 실질적으로 계약기간 이후의 채용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A대학 노동조합 관계자는 “파견직 직원 중 평가가 좋은 사람은 계약기간 이후에도 채용되는 사례가 간간히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대학에 인력을 파견하는 한 업체는 “업무 평가가 괜찮으면 계약기간이 끝나고도 대학 내 다른 부서나 부설기관에 계속 채용되곤 한다”고 말했다. 결국 파견직 채용은 대학 입맛에 맞는 직원만 뽑고 그렇지 않은 직원은 계속 고용할 의무가 없으므로 사용자인 대학에 유리한 고용형태라는 해석이다.

대학 구성원들은 모두 파견직 고용이 결과적으로 업무 비효율성을 증대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파견직 직원과 정규직 직원의 업무 내용과 양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파견직 직원은 기안권이 없어 정규직 직원이 기안한 내용에 따른 보조업무를 하는 식이다. 1년 단위 계약이라 고용이 불안정해 소속감을 느끼기도 힘들다. 대학가 노조 관계자는 “파견직으로 일하다가 다른 곳에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되면 바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떠날 수 밖에 없다. 파견직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가 높아졌을 때쯤 자꾸 떠나니 업무 처리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고 토로했다.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업무 비효율성은 대학의 인사부서에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A대학 인사팀 관계자는 “업무처리에서도 정규직 채용이 더 효율적이다. 결국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노동자와 대학 모두에 바람직하다. 교육기관인만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비정규직 채용보다 정규직 채용이 옳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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