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활동 나열 소용없고 하나라도 스스로 변화하고 느낀 점이 있어야

의도 파악 못한 동문서답은 금물, 가치관·지원동기 정확히 밝혀야
‘나’알릴수 있는 사례는 간결하게, 글 솜씨 자랑 보다 내용이 중요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정윤희 기자]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입학사정관들에게 자신을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전략을 대학 입학처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 각 문항의 핵심을 파악하라 = 자기소개서는 서류상 면접과도 같다. 질문하는 이의 의도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동문서답하는 면접자는 높은 점수를 따기 어렵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은 3개 공통문항과 대학별 자율문항 1개로 이뤄진다. 1번 문항과 2번 문항은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활동으로 한정 짓고 있다. 1번 문항은 그 중에서도 △학업에 기울인 노력 △학습경험 두 가지 사례에 한정하며, 2번 문항은 학업이 아닌 교내(외) 활동인 만큼 동아리 및 학급 임원 활동, 학교장 허락을 받고 참여한 체험학습 등 사례로 나눠 영역을 서로 침범하지 않도록 한다.

3번 공통문항에서는 고교생활로 한정 짓고 있지는 않다. 초등학교부터 12년 동안 학생 자치-봉사-동아리 활동 등에서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예를 기술해야 한다. 이는 본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실제로 어떻게 대응하고 실천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질문인 만큼 단순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실천 동기와 그같은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더해 적는 것이 좋다.

해당 대학과 지원할 학과의 인재상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당 대학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본인이 지원할 전공과 학과는 어떤 면을 중요시하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강점과 고교 시절 활동 및 실적과의 연결지점을 찾는다면 심사위원으로부터 ‘준비된 지원자’ 또는 ‘우리가 찾던 학생’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 상투적인 표현 대신 ‘진짜 나’를 각인시키자 =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다. 분량은 한정돼있는데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려다보니 추상적으로, 또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상투적인 자기소개서를 적어내기 일쑤다.

경희대 입학처는 표현상 구체적이고 간결한 표현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자기소개서는 추상적인 표현, 화려한 미사여구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인 학생들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못하며 ‘과대포장’ 등 신뢰성을 깎는 부작용만 일으킨다. ‘나’를 알릴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중앙대 입학처의 경우 수험생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실적과 그것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과 변화를 중심으로 작성할 것을 강조한다. 실적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이 활동으로 인해 해당 지원자가 발전한 궤적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서술을 그대로 모방하지 말고, 해당 실적에 담긴 지원자의 활동이 어떤 동기로 이뤄졌는지, 그 과정과 역할은 어떠했는지,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하나의 ‘스토리텔링’= 자기소개서의 문항은 4개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 성장배경과 역경, 관심분야 등을 통해서 본인의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야만 자기소개서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글솜씨보다는 내용과 구성력이다. 경희대 입학팀은 “자기소개서는 글짓기 대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입학사정관은 글이 얼마나 명문인지 평가하지 않으며, ‘글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지원자의 내적 성장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분석한다. 각 대학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지 요소들을 점검해 구성하는 것이 좋다

물론 기본적인 오타나 맞춤법에도 신경 써야 한다. 내용이 뛰어나더라도 잦은 실수는 지난 학교생활의 기초 학습능력을 의심케 한다. 자기소개서에는 대학명과 지원한 모집단위 학과명, 사교육 유발요인이 큰 교외활동(해외어학연수 등)을 적어낼 경우 평가에 반영되지 않거나 불이익을 받으니 조심하도록 한다.

외부스펙 기재‘0’점 처리… 기준 모호 허점 여전

“수상실적만 빼면 돼”혼란 우려, 보조서류라 점수도 없어 고민

대입에서 자기소개서에 외부스펙을 기재하면 ‘0’점 처리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두고 학생을 선발해야하는 대학 조차 해석이 엇갈리면서 입시판이 혼돈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교육부는 '2015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전형'에 활용될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작성시 외부 스펙을 기재하면 ‘0’점 처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올해도 사실상의 ‘외부스펙’이 갖은 꼼수를 활용해 자소서와 교사추천서에 담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0’점 처리 기준과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꼼수 기재’는 여전할 것" 우려 = 대학입학처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사교육 감소와 고교 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외부스펙’ 기재금지 방침이 올해 역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소재 A사립대 입학처장은 “‘작성시 ’0‘점 처리되는 항목’에서 명시돼 있는 ‘수상실적’을 제외하면 외부스펙과 관련한 내용은 얼마든지 자소서에 담을 수 있다”며 제도상의 허점을 지적했다.

대학전형을 간소화하고 사교육을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오히려 외부스펙이 없는 학생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입학처장은 “자소서와 교사추천서 내용에 외부 스펙을 기록하지 않으면 붙을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역에 위치한 B고교 진학담당 교사도 “기재금지 대회명칭을 명시한 것은 거꾸로 해석하면 명시된 것 빼고 다 된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올해 입시지도의 대혼란을 우려했다. 이 교사는 “(억지같지만)대회명에 특정 교과명이 들어가 있지 않은 대회에서의 수상실적은 다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구체적 수상실적 기재만 안한다면 대회에 참가했다거나 그 준비과정 등은 자소서에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교육부와 대교협은 △영어ㆍ프랑스어ㆍ중국어ㆍ일본어ㆍ스페인어ㆍ한자 등과 관련된 공인어학성적과 △수학ㆍ과학ㆍ외국어 교과명이 명시된 학교 외 각종 대회(경시대회, 올리피아드 등) 수상실적을 자소서와 교사추천서 기재시 ‘0점’ 또는 불합격 처리한다고 명시했다.

■ ‘0’점 처리의 기준과 대상 '불분명' =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0점’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C사립대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자소서에 외부스펙을 쓰면 ‘0’점 처리하라고 했지만 평가 보조서류인 ‘자소서’에 대한 점수가 따로 책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0점 처리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합격 시키라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어떤 서류를 어떻게 점수를 매겨야 할지는 교육부도 학교 자체 내에서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정확한 기준을 요구하지 않는 대학도 문제란 지적이다. 학생들의 당락 결정을 해야 하는 대학이 앞장서서 혼란 해결에 나서야 함에도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D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지금의 대학은 결코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관련 자유롭지 않다”면서 “정부와의 마찰은 당연히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정이 그런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학생을 받고 받지 않는 것은 대학의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책 시행에 앞서 대학-고교간 신뢰구축과정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스펙기재 ‘0’점 처리보다 우선적으로 대학과 고교간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처장은 “교사는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학생부 기재시 솔직하게 작성토록 하고, 각 고교 특성에 맞는 교내 활동 프로그램을 연구ㆍ개발함으로써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교내 활동에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외부스펙 기재금지 정책이 사교육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실적에 대한 꼼수기재가 통용되는 한 사교육은 절대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 비교과활동 경쟁, 일반고도 할 수 있다 = 일반고가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비교과활동에서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목고나 자사고에서는 입시를 위한 비교과활동 자료에 기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안해 운영한다. 일반고는 그런 특목고나 자사고의 프로그램을 질이나 양의 측면에서 거의 따라갈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일반고가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비교과활동이 교내 활동으로 제한돼도 일반고가 특별히 불리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입학관리본부장은 “교내 활동 프로그램의 연구ㆍ개발을 자사고나 특목고가 잘한다는 전제부터가 잘못”이라며 “일반고도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적극 참여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의 변화로 인해 어느 한쪽이 유ㆍ불리 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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