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결정 권한은 선관위에 있어 본부 상대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

이명박 전 대통령 명예박사 백지화 이후 본부-교수회 갈등의 골 깊어져
논란의 단초된 선거규정 위반…교수회 “단순 실수”, 본부 “재선거 사유”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규정위반 논란에 휩싸인 경북대 총장선거 결과를 두고 본부와 교수회간 갈등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29일 경북대 본부 측은 함인석 총장의 담화문을 통해 재선거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함 총장은 “대학의 조속한 정상화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재정비한 후 제18대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정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선관위의 명백하고 중대한 규정 위반과 실수에 대해 대학본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일련의 사실들을 대부분 확인했고 교내외 법률전문기관에 의뢰, 이번 선정결과가 무효에 해당한다는 공통된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본부의 재선거 결정 발표 대해 교수회는 명백한 월권이라고 반박했다. 교수회 관계자는 “규정에 따르면 재선거 여부는 선관위가 하는 것”이라며 “본부가 이를 결정할 근거는 없으며, 본부의 주장을 경북대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교수회가 제기한 ‘월권 주장’에 대해 경북대 본부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북대 본부 교무처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재선거를 결정하는 주체는 선관위가 맞지만, 애초에 이번 총장선거 규정위반 논란이 선관위의 잘못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현재 그러한 부분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결국 학내 여론을 수렴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할 교수회와 본부가 상반된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경북대 총장선거는 성명전과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교수는 “경북대 본부와 교수협의회의 갈등의 골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깊어졌다”면서 “지난 7월 경북대 본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검토했다가 학내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한 일이 있었는데, 이때 교수회의 규탄 성명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부의 이번 재선거 통보가 양측의 소통이 완전히 끊어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교수회와 피해를 입게된 선거당사자들이 본부의 결정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교수회 관계자는 “함 총장이 예상되는 학내 반발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 “당장 최종 1,2 순위까지 정해졌던 후보자들이 재선정 절차 결정에 대해서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최종 1,2 순위를 차지한 총장 후보자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1순위 후보자로 최종 선정됐던 김사열 교수는 “학교 구성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결정”이라며 “선거는 선관위가 학교 구성원들의 위임을 받아서 진행하는 것인데, 자꾸만 본부가 주도하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2순위 후보자로 최종 선정됐던 김동현 교수는 본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김 교수는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규정 위반에 대해서 문제가 시작됐기 때문에 규정을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본부의 재선거 결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많은 교수들이 자리를 비운)방학기간 중이고, 본부가 학내 여론 수렴을 충분히 거쳐 내린 결정인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규정위반이 재선거 사유가 되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앞서 경북대 총장추천위원회의 내부 위원은 단과대학별로 최대 3인을 넘을 수 없지만, 공대 소속 교수가 4인이 선정된 채로 선거를 치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2순위자가 규정 위반을 이유로 교육부에 제출할 서류를 내지 않고, 미제출 사유로 대체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에서 탈락한 후보들도 대부분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위반에 대해 이대우 총장 선정관리위원회 의장은 “처음 간선제를 시행하면서 복잡한 선거규정을 새로 마련해 진행하다, 서로가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보니 벌어진 행정적 실수”라며 “누구를 밀기위해 규정을 위반한 것은 말도 안 된다. 특히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다 인정하고 사과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본부측은 규정 위반이 재선거 사유라고 보고 있다. 법률전문기관에 의뢰해 이번 선정결과가 무효에 해당한다는 공통된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부 관계자는 자문을 구한 법률기관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거부했다. 교수회는 이들 법률기관이 공신력 있는 단체가 아닌 로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교수회 관계자는 “본부가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는 전제로 평의원회에서 로펌에 의뢰한 사실을 밝혔다”며 “의뢰한 쪽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줄 가능성이 높은 로펌에서 해석한 것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숨기고 법률적으로 확정적인 판단을 받은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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