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국민대 교수/ 전 국민대 총장)

세월호 사건이 터진지도 벌써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실종자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여야 이견으로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시간이 점점 지나가면서, 과거 대형 안전사고들을 겪은 후에 수립된 대책들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던 어리석음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깊이 우려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이후 여러 가지 많은 지적들이 있었지만 고속성장 이면에서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난 안전문제와 이미 몸에 배인 안전 불감증이 이 같은 우려를 배가시킨다.

사고의 악몽이 잊혀져 가려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지금도 여전히 대규모 안전문제가 잠재돼 있는 다중시설의 세월호에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향후 세월호보다 더 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천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빈번히 이용하고 있는 지하철역사, 지하 쇼핑몰, 지하상가 등의 지하시설과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 등의 다중 이용 시설들에 대한 안전 구난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안전교육은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점검 후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확실한 보완책을 서둘러 강구해야만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수반될 것이다. 이러한 비용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마치 보험금처럼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보험금을 지불해야 미래의 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다.

새로 신설될 국가안전처에서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우선 가장 시급하게 논의되고 시행되어야 할 내용은 구난 관리 또는 구난 통제시스템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일이다. 재난 발생 시 구난관리주체가 누구인지, 통제 관리요원들이 대처하고 결정해야할 내용과 절차에 대한 교육훈련은 누가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구난 대상자들의 대피훈련도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등 이러한 모든 물음들에 즉각적으로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현재의 구난 관리체계에 심도 있는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대규모 지하시설이나 초고층 주거시설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구난체계를 잘 갖춘 선진국을 과감히 벤치마킹해 구난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 150년 역사의 런던 지하철, 32km 길이의 몬트리올 지하도시, 하루 보행자가 40만 명이나 되는 후쿠오카의 텐진(天神) 지하상가 등에 구비된 선진 구난시스템의 지혜를 빌려와야할 것이다.

관리 통제요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도 재정비하여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화상교육 등의 저비용으로 원격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국제 화상세미나 등을 통해 외국의 선진 구난시스템을 해외 현지로 부터 직접 접속해 시차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지식을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피구난자에 대한 교육시스템의 구비와 교육훈련도 온라인교육을 통해 수시로 숙지시키고, 체계적인 현장 대피훈련도 병행하여 위급 시에 즉시 대처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몸에 완전히 배어야 재난 발생 시 무의식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 국민 모두가 이번만큼은 부족했던 부분들이 완벽하게 보완 정비되어 국가 안전체계가 확실히 갖추어져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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