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적 건강검진 이뤄지도록 법 규정 필요해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대학 기숙사 입사생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기숙사에서는 최대 500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다. 대학가에 외국인 유학생과 해외연수 참가학생이 늘어나면서 해외로부터의 감염경로도 다양하고 더 많아지고 있다. 입사생이 전염성이 강한 질병에 걸릴 경우 기숙사 학생 전체에 감염우려가 있는 데도 이같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지난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숙사에 학생들이 입사시 간단한 건강검진 내역만 확인하고 있다. 최근 발병률이 높은 홍역 예방접종 여부까지 확인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서울 시내 A대학 기숙사에서는 입사 때 따로 건강검진이 이뤄지지 않는다. 결핵만 예방접종 여부를 묻는 수준에 그친다. 심지어 이 대학 기숙사에서는 실제로 입사생 중 전염병에 걸린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입사 후 별도의 건강검진은 여전히 실시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입사 시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는 대학도 있다. 서울 소재 B 대학 기숙사는 학교 근처 보건소에서 흉부선 검사,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감염성 피부질환 등 전염 가능한 질병에 대해 필수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입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입사한 학생들의 경우 관리가 따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상황이 이렇지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의 조치는 권고 수준에 그치는 등 미흡하다. 따로 제재할 근거법이 없어서다. 

올해 4월 대학가에 홍역과 결핵 비상이 걸린 후 질병관리본부에서 대학 기숙사에 건강검진 확인을 받도록 권고조치를 내렸다. 다른 감염병 발병여부에 대해서는 각 대학 자체의 규정에 의해서만 검진 내역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이 또한 기숙사에서 건강검진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과 관계자는 “대학이나 학생이 건강검진을 거부하더라도 기숙사 입사를 금지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는데다 우리 학생들도 해외 연수, 글로벌 인턴십 등의 이유로 외국을 자주 드나들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도 일반 학생들처럼 건강검진을 별도로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역 등 최소한의 예방접종 여부만 확인 후 입사가 이뤄진다. 유학 목적으로 외국인 학생이 우리나라에 입국할 때 따로 감염병 관련 예방접종 내역을 확인하는 절차마저 없다. 대학 기숙사 입사할 때 건강검진하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건강검진이 되는 셈이다.

전세계가 에볼라바이러스 공포에 빠져있는 와중이라 혹시나 모를 불상사가 우리 대학가를 엄습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최근 덕성여대에서 개최했던 UN세계대회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때 들끓었던 것도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한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선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C대학은 올 2학기부터 신규 입사생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대학 기숙사 관계자는 “최근 대학가에 결핵 등 감염병 발병률이 높아져서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우리 학교의 자체적 판단에 의해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차원에서 제도화 되지 못한탓에 이렇게 자체적으로 건강검진 관련 규정을 만들고 있는 대학가에선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내 D대학 보건실 관계자는 “건강검진을 어떤 걸 실시해야 하는지 일괄적인 규정이 없어서 기숙사 건강검진 관련 규정을 만들면서도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관련 법 규정을 제정해 대학들이 기숙사 입사부터 건강검진을 필수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연자 대학보건간호사회 회장은 “대학가처럼 인구가 밀집해있는 공간에서 감염병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주변 지역사회까지 금방 전염될 우려가 있다”며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보건문제에 나서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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