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7일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다음날 전격 취임했다. 지난달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지명철회한 후 3주가 지나서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최근 불거진 윤일병 사망사건, 김해여고 학생사망사건, 포천의 엽기적 살인사건 등은 기초 인성교육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6일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 인문학 교육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고도성장과 산업화에 매몰돼 성과주의,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었다. 1등 지상주의, 나만 잘되고, 잘살면 되는 사회가 되다보니 학교나 군대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폭력이 난무하고 이지메 문화, 왕따 문화가 자리 잡았다.

새삼 ‘교육이 나라의 백년대계’라는 말이 실감나는 때가 요즘이다. 모든 초중고등학생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업성적위주의 교육, 특목고 진학, 일류대학 진학만이 그들의 지상목표가 되어버렸다. 대학도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라는 미끼에 걸려 성과위주의 실용학과 교육에만 주력, 인성과 철학교육을 스스로 내팽겨 치고 있다. 지금 같은 교육환경에서는 인성교육이 자리 잡을 틈이 없다.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다 보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사회적 루저가 되기 십상이다. 기를 쓰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남을 밟고 지나가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세상, 이런 모든 것들이 기초인성교육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때에 새로운 교육 수장이 된 황부총리의 어깨는 무겁다.

사회부총리로서 우선 복지, 고용안정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재양성과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다.

얼마 전 설훈 국회 교육문화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운영에 있어 교육 분야, 교육정책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 역대 정부가 모두 이 부분을 간과해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말하면서도 교육정책은 오로지 입시정책에 중점을 두고 기초교양이나 인성교육 등은 형식적으로 추진,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이제 정말 교육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초중등 교육부터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성적위주의 교육, 강의를 통한 주입식교육, 학생들의 개성이 무시된 일률적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고등교육 정책도 입시와 대학 줄 세우기 정책에서 벗어나 대학에 자율성을 최대로 부여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굳이 대학을 안가도, 굳이 일류대학을 안가도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학업성적에 목매달 필요가 없다. 공부 잘하는 학생, 운동 잘하는 학생, 그림 잘 그리는 학생, 음악 잘하는 학생들이 각자의 적성에 맞게 진로로 결정하고 진학을 하면 지금같은 과열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마침 교육부에서 오는 2016년 본격 시행될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발맞춰 전국 주요 대학교에 진로직업체험 거점대학을 지정 운영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부터라도 교육의 패러다임을 교실교육에서 현장교육으로, 주입식 교육에서 자발적, 체험식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하지 못했던 과감한 시도를 지금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교실 안에서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초중등 학생 때부터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미리 파악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현장의 시스템을 바꾸자는 얘기는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또 다른 교육전문가는 소위 말하는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일류대학 부터 일정 수능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면 사교육, 과열 입시경쟁을 잠재울 수 있다고 제언한다. 뜬금없지만 이런 발상도 받아들이고 심각히 고민해 볼일이다.

신임 황부총리는 산적한 사회분야 문제와 교육 분야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랜 법조인생활과 국회의원 5선, 더욱이 교육담당 상임위 활동만 10년 넘게 해와 비교적 교육행정에 밝은 편이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이 창조경제와 창조 인재양성인 만큼 그동안 적폐로 인식되어질 교육정책 상의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개혁하고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장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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