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
국립대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의 기회균등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지역의 인재 양성과 문화창달이라는 국립대학의 역할과 책무를 헌신적으로 성실히 수행해왔다.
그러나 국립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교육관료들이 통제를 위해 국립대의 자율권을 유린하고,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형태의 연봉제를 도입해 정부에 비판적인 교수들에게 재갈을 물렸다.
교육부는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지원하겠다고 하고는 ‘지방대특성화사업’에서 정원감축을 해야만 가산점을 주겠다며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그리하여 힘없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국립대학들은 부실대학이 아닌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정원의 7%이상을 감축했다. 그러나 정작 정원을 감축하여야 할 부실대학과 서울의 대형사립대학들은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다. 지방의 부실대학은 사업에 지원할 자격이 되지 않고, 서울의 대형사립대학들은 정원감축으로 실익이 없어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오히려 국립대학과 지방대학을 죽이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총장직선제 폐지 방침 역시 마찬가지이다. 2012년 이주호 전 교과부장관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과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하면서 2012년 8월 25일로 모든 국립대학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학칙을 개정하였다. 총장직선제는 대학민주화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전권이 총장에게 위임된, 헌법에서 보장한 국립대학 자치의 핵심적 요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총장선출방식을 대학에 자율로 맡겨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 정부의 교육부는 3차례 공문을 통해 교육부관료가 지정한 총장선출방식이외에는 어떤 방법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연봉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2011년도부터 대학을 전혀 모르는 교육관료들이 대학경쟁력강화라는 미명 아래,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제도를 탁상공론식으로 도입했다.
박근혜정부는 다행히 약탈식 연봉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정책연구팀에 용역을 맡겨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했다. 정책연구 결과 기본급은 연공제로 하고, 성과급은 추가재원으로 하되 누적은 폐지하고, C등급은 절대기준으로 하라는 제안이 연구결과 도출됐다. 그러나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을 뿐더러 올해 성과급에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으로 야기된 기성회계 폐지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가가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의 책무를 방기했기 때문에 불거진 일이다. 세계 15위의 경제규모를 갖춘 국가라면 그에 걸맞은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은 기성회비 명목만 바꾸었을 뿐 국가의 재정책무를 여전히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처럼 산적한 국립대학 현안을 해결하고 발전을 협의하기 위한 자문기구가 필요하다. 국교련에서는 새로 취임하는 교육부장관에게 국립대학발전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바이다. 구성형태는 대학단체를 포함한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국립대가 사회에 제 역할을 다하고 그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같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