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학 지원 먼저 VS ‘메기론’ 효과 거둘 것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정부가 투자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우수 외국 대학의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5년간 최대 400억원을 지원하고 설립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대학가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수외국대학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얻어 국내대학의 경쟁력도 함께 커지는 ‘메기론’ 효과를 보지 않겠냐는 기대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국내 대학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되레 외국 기관에 투자를 늘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유치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마저 제한되며 교육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대학에 대한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내대학은 구조조정 압박, 해외大 설립엔 400억 투자 = 송도글로벌캠퍼스(이하 글로벌캠퍼스)에 들어선 외국대학이 설립 초기 겪게 되는 어려움을 감안해 현재 정부가 5년간 지원하고 있는 금액은 최대 80억원. 이를 400억까지 늘린 건 세계 유수 대학을 끌어들이기는 지원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계산에서다.

총 사업비 1조 7000억원대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글로벌캠퍼스가 마련됐지만 현재 운영 중인 대학은 △한국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데 △겐트대(9월 개교 예정) 등 3곳으로 10여개 대학을 유치하겠다던 당초 계획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캠퍼스에 한국캠퍼스를 설립하겠다며 관심을 보인 유수대학들이 결국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며 협약을 파기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델라웨어대, 서던캘리포니아대(남가주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지원 확대안을 두고 대학가와 정치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간 글로벌캠퍼스는 대학 유치뿐만 아니라 이미 유치 대학의 신입생 충원도 제대로 되지 않아 부진함을 보여 왔다는 지적이다. 박원석 정의당 국회의원은 “기존에 실패한 사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학생 유치확대라는 명분으로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하면 실패사례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3월 글로벌캠퍼스에 자리를 잡은 한국뉴욕주립대는 기술경영학과와 컴퓨터과학과 2개 전공에서 석·박사과정을 연 뒤 지난해에는 기술경영학과 학부과정까지 개설했지만 모집인원을 채 채우지 못했다.  올해는 신입생 모집인원을 채우는데 성공했지만 조지메이슨대가 올해 개교하며 학생모집에 부진함을 보이자 글로벌캠퍼스의 위기설은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해외대학 국내 설립 조건 완화 같은 정부의 규제완화정책이 교육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 의원 측은 “정부가 경제활성화나 규제완화 패러다임에 교육 정책을 넣는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투자가 아닌 교육차원에서의 분석이나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서는 정작 교육재정 투입이 시급한 곳은 국내 대학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인지역 모 사립대 기획처장은 “유학생 유치를 위해서 외국 대학에 정부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국내대학의 경쟁력을 키워 (유학생)유입효과를 누리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며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대학에는 정원감축 압박을 넣으며 해외대학에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 “국내대학 덩달아 성장”…‘메기론’ 기대감도 = 정부의 해외대학 유치 투자에 대해 일부 기대감도 나온다. 국내 대학들이 메기론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재영 인천대 교수(행정학과)는 “미꾸라지들 사이에 메기를 몇 마리 던져놓으면 미꾸라지가 죽지 않으려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며 생존력이 생기듯 해외유수대학을 유치해 우수 교육방향을 제시한다면 고착화 된 한국 대학의 서열을 벗어나 대학들이 함께 발전하며 더 단단해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지역 국립대 총장도 “문을 꽁꽁닫고 국내 대학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시대는 지났다”며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교육을 개방해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더 나은 대학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교육기관 설립주체 확대를 위해서는 외국교육기관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상태다. 정부는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개정안’을 내년 1분기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외국대학의 유치 장벽을 낮추는 것과 같은 교육현안과 관련해서는 대학현장과 정치계의 찬반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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