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 귀찮아’하다가 정말 ‘귀차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네요.” 연세대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는 강혜라, 방한아(01) 양과 박준원(02) 군. 생김새나 성격은 물론 희망도 제각각인 ‘귀차니스트’ 젊은이 셋이 뭉쳐 일을 벌였다. 이들은 최근 한국인터넷방송협회(회장 백석기)가 주최한 ‘제1회 인터넷방송 콘텐츠 공모전’에서 ‘<생활진단서>탈출! 귀차니즘’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상을 수상했다.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대학생에게 귀차니즘의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특히, 탄탄한 구성력으로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제를 찾는 과정에서 ‘귀찮아, 귀찮아’ 미루다가 ‘귀찮음’에 대해 작품을 구상하게 된거죠.” ‘귀차니즘’이 ‘신세대 문화’라고 말하는 이들은 ‘(귀차니즘이) ‘빨리빨리’에 물든 현대 생활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또하나의 방법’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 길’이기도 하단다. “이를테면 ‘느림의 미학’이나 ‘게으름의 즐거움’, 휴식, 대안, 탈출구 같은 것이죠.” 이들 세 명은 ‘귀차니즘’의 이런 점들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의 일상 이야기들이니까 우리에게 맞는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코믹’. 이들은 최근 귀차니스트 생활을 다룬 온라인 애니메이션 ‘스노우 캣’을 패러디해 작품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였다. 이들은 몹시 목이 마른 귀차니스트 주인공이 손으로 음료수 캔이 빨려오게 하는 장면을 위해 빈깡통에 30여번이나 머리를 맞아야 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몸을 날린 특수효과’라고 말했다. 이렇게 8분간의 작품 속에는 원시적인 방법과 여러차례의 시행착오로 나름대로의 특수효과까지 선보이고 있다. 학교 수업을 통해 처음 만났다는 이들은 작업시작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다툼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기할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았고 진행속도도 빨랐다”며 “아마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느라 재미있어 그랬나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귀차니즘’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우스갯소리를 하다가도 작품 이야기만 꺼내면 사뭇 진지해졌다. “작품을 끝내놓고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군더더기를 떼어내지 못한 점, 러닝타임을 위해 구성을 작위적으로 바꿔야했던 점 등이 프로답지 못했단다. “귀차니스트들은 한번 결심하면 그 일에 빠져 꼭 해내고야마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은 ‘귀찮기 때문’에 일단 일을 시작하면 빠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귀차니즘의 큰 특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며 이번 작품 역시 '귀차니스트'들이 만든 작품답게 ‘수업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고 했다. 수업 중 제출해야 할 과제물을 구상하면서 ‘이왕이면 공모전에도 출품하자’고 마음먹은 뒤, 이번 공모전에 출품하게 됐다고. ‘일석이조’를 이룬 이들은 ‘귀차니즘들은 알고보면 실속파들’이라며 기성세대들이 ‘귀차니즘’을 나쁘게만 바라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귀차니즘’을 문화로 끌어올려 이해시키고자 하는 이들 세 사람도‘귀차니즘’에 도취하지 않도록 “생활에 지장을 주는 ‘귀차니즘’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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