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뛰어갑니다. 어머니는 "겁먹지 말아라!"라고 말하십니다. ……(중략)……조용해질 때마다 우리는 걱정이 됩니다. 왜냐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말 후세인 양 일기 중에서) 지난 이라크 전쟁 상황을 빼곡히 적은 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라크판 안네프랑크'로 불린 13세 이라크소녀 아말 후세인 양. 아말 양은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의 초청으로 지난 10일 이화여대를 방문, 이라크 현지의 상황을 생생히 전달했다. "이웃에 사는 어린아이 하나가 학교 가는 길에 미군 탱크에 깔려 죽은 적도 있었어요." 줄곧 차분하게 이라크 참상을 전하던 아말 양이지만 어린이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는 상기된 얼굴로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말 양은 격앙된 목소리로 “전쟁이 두려운 것보다 어린 아이들이 군인들에 의해 이유없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했다. 아말 양은 지난달 24일 이라크전 당시 '인간방패' 역할을 했던 한상진씨 등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그동안 대구 YMCA 등 시민단체들의 간담회에 참석해 전쟁의 참상을 전하고 광주 5.18 묘역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라크인들이 후세인 정권의 압제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또다른 세력에 의해 억압과 공포 속에 살고 있어요."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전쟁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하는 아말 양에게 어린나이에 너무 큰 짐을 진 것 아니냐며 안쓰러워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의 가족들과 이라크 모두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위해"라며 자신의 행동이 순수한 '애국적 갈망'임을 강조했다. 뿐만아니라 이라크의 민주주의의 평화를 향한 갈망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말 양이 태어나던 해인 1990년 '아버지 부시'가 일으킨 걸프전을 겪었고, 길지 않은 세월동안 다시 그 '아들 부시'가 일으킨 전쟁을 경험한 스스로를 '이라크 전쟁의 심볼'이라 소개했다. 하지만 전기도, 통신시설도, 식량도 부족한 황량한 모래밭 이라크에서 13살 이 소녀는 ‘컴퓨터 선생님’이 될 꿈을 가꾸고 있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선생님될 거예요. 제자들에게 컴퓨터는 물론 ‘민주주의와 자유’를 가르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라크 재건을 위한 ‘인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방침에 일침을 가했다. "'이라크'가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나라로 다시 서길 바랄 뿐이에요. 이라크를 그렇게 바로 세우는 것이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몸으로 인터뷰내내 ‘이라크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부르짖던 아말 양. 전쟁이 끝나면 친구들과 실컷 수다를 떨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말하며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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