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충남대·한밭대, 1년째 입주 ‘답보’상태… KAIST는 예산전액삭감

고려대 계획승인… 약학대학 세종시 제 3캠퍼스에 새 둥지 튼다
“사립대 자체예산으로 가능, 국립대는 기획재정부 승인 어려워”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고려대가 KAIST보다 앞서 세종시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KAIST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조기 입주를 추진해 세종시에 가장 먼저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고려대가 첫 테이프를 끊게 됐다.

14일, 대학가·교육부·행복청에 따르면 고려대가 세종시에 제 3캠퍼스 설립과 관련해 지난 13일 교육부의 계획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고려대는 당장 토지 구입 등 본격적인 건설·입주 준비를 위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 대학은 서울 안암과 조치원 세종 캠퍼스를 유지하면서 약학대학을 제 3캠퍼스에 세울 예정이다.

지난해 1월 고려대는 행복청과 제 3캠퍼스 설립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오는 2018년까지 행복도시 내 대학 용지에 △의생명(Bio-Med)대학 △국가경영대학 △행정대학원 △미래기초과학연구원 등을 설립하고 2023년까지 바이오사이언스대학원, 녹색융합기술대학원을 추가 입주시킨다는 계획이 여기 포함됐다.

당시 고려대는 “고려대 세종시 제3캠퍼스가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갖춘 지역 거점 미래 도시로 성장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새로운 지역밀착형 대학모델 구현, 대학의 지역협력 문화 선도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정호 고려대 미래전략실장은 “큰 틀에서 새 캠퍼스를 단계별로 추진할 것이다. 최종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선진, 명품 캠퍼스를 만든다는 것이 우리 대학의 계획이다. 세종시의 목표와 맞는 대학을 만들어 서로 윈-윈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 실장은 “아직 행복청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부지면적과 자체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현재로서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행복청은 지난해 8월 행복도시의 자족 기능 마련 방안의 하나로 연내 1~2개 대학을 선정, 입주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캠퍼스 건립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대학은 KAIST·고려대·공주대·충남대·한밭대 5곳이다.

행복청은 지난해 9월 이들 대학 가운데 KAIST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조기 입주를 추진했다. 그러나 KAIST가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설립 예산 120억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 세종시 대학 입주, 일 년째 ‘답보’ = 고려대를 제외한 KAIST·공주대·충남대·한밭대 4개 대학은 행복청과 입주 관련 MOU를 체결하고도 현재까지 입주 진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계속된 답보 상태로 행복청은 지난달 30일 세종시 투자유치와 개발을 위해 대학·기업·연구소 등을 한 데 모은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클러스터 내에 첨단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를 세우고 연구시설과 창업보육센터가 함께 모인 ‘창조형 캠퍼스 타운’ 조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 안에 입주 대학들을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행복청 투자유치팀 이한나 사무관은 “아직은 어떠한 대학이 창조형 캠퍼스 타운에 들어갈지 정하지 않았다. 고려대처럼 개별 대학차원에서 (세종시 대학 입주를) 추진할 수도 있다. 행복청과 대학간의 MOU는 법적인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단순히 상징적 의미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KAIST는 현재까지도 예산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대학 사업전략팀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이 전액 삭감된 이후 학교 내부적으로 계속 의견을 모아서 자체적으로 내부 위원회도 꾸리며 입주 추진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기간에 끝낼 계획이 아니라 천천히 오랜 기간 상의를 해야 되는 건이라 언제 입주선정이 확정될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충남대와 공주대, 한밭대 역시 내부적으로 입주 계획을 부지런히 짜는 중이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땅히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립대는 자체적으로 예산확보를 하면 되지만 국립대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인근 국립대 한 관계자는 “KAIST보다 고려대가 먼저 교육부의 승인을 얻어낸 이유는 아무래도 사립대라 예산확보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 아니겠나"라며 "나머지 미래부 소속의 KAIST와 국립대인 충남대, 공주대, 한밭대는 교육부나 미래부에서 예산 승인을 받아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세종시 대학설립의 소극적 태도가 최근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답보’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할 기미도 보인다.

당초 교육부는 대학구조조정정책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세종시 대학 설립에 난색을 표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행정중심복합도시내 대학설립관련 통보’라는 공문을 행복청에 보내면서 구체적인 세종시내 대학설립에 대한 기본원칙을 정했다.

한밭대 이규명 기획과장은 “이러한 교육부의 공문은 그전에 세종시 입주에 소극적이었던 교육부가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며 개방적 입장을 표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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